[배진선의 동물이야기] 적외선도 못뚫는 북극곰의 털

국민일보

[배진선의 동물이야기] 적외선도 못뚫는 북극곰의 털

입력 2009-12-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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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데 12월에 들어섰는데도 춥지가 않다. 동물원 사무실 앞 양지 바른 곳 개나리는 노란 꽃까지 피웠다.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오면 계절에 관계없이 꽃을 피워야 하는 식물도 힘들지만 동물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추운 겨울을 준비하며 오랜 세월 적응해 온 삶의 방식을 세상의 변화에 따라 갑자기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더워진 지구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동물은 북극곰이다. 북극곰은 겨울이면 영하 40도를 넘는 북극에 살면서 얼음으로 뒤덮인 해안선을 따라 물범을 사냥한다. 얼음이 많이 얼수록 해안선은 넓어지고, 북극곰의 사냥터도 같이 늘게 되니 추울수록 북극곰에게는 살 만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북극의 겨울이 혹독하기는 북극곰에게도 마찬가지다. 대신 북극곰은 추위를 대비한 특수 방한복을 입고 있다. 빽빽한 밑털과 긴 강모로 된 털은 얼마나 단열 효과가 좋은지 새끼를 낳기 위해 굴에 들어간 어미 곰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려다 열을 감지하지 못해 실패했을 정도다. 하지만 흰색은 빛을 반사시킨다. 조금이라도 빛을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하는 북극곰에게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북극곰의 털은 흰색이 아니다. 마치 광섬유처럼 속이 비어 있으면서 투명하다. 햇빛이 비치면 빛이 산란하면서 마치 흰색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북극곰의 흰색은 먹잇감에 접근할 때 훌륭한 위장이 된다. 물범은 누군가 다가오는 낌새만 있으면 순식간에 물속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북극곰은 숨을 죽인 채 몇 시간을 버티면서 얼음 사이로 난 숨구멍으로 물범이 머리를 내놓기만을 기다리거나, 냄새와 소리로 알아낸 물범의 은신처를 앞발로 세게 내리쳐 급습한다. 그래도 열에 아홉은 실패하고 만다. 어렵게 먹이를 잡아도 북극곰은 먹을 만큼만 먹고 나머지는 남겨둔 채 떠난다. 그러면 다른 배고픈 북극곰이나 북극여우가 먹고 간다. 서로 나눌 줄 아는 것이다.

북극곰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지구 온난화다. 북극의 얼음이 점차 녹아가면서 살 곳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생활 속에서 환경을 지키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북극곰의 위기가 더 이상 북극곰만의 위기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