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희망, 强小기업] (25) 쓰리세븐

국민일보

[한국 경제의 희망, 强小기업] (25) 쓰리세븐

입력 2009-12-06 19:01

기사사진


‘손톱깎이 명성’ 되찾기 제2 혁신

손톱깎이 하나로 세계를 재패하던 시절이 있었다. 1976년 설립된 손톱미용 전문 생산업체 ‘쓰리쎄븐’. 1990년대 중반부터 매년 8000만∼1억개 손톱깎이를 만들어 이 중 90%를 미국 중국 등 92개 국에 수출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43%)였다. 손톱깎이를 사용하는 사람 2명 중 1명은 ‘777’ 로고를 손에 쥐고 있던 셈이다. 쓰리쎄븐은 단가 100∼500원 하는 손톱깎이로 연간 3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알짜 기업이었다.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던 쓰리쎄븐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중국산 불법 복제품이 문제였다. 90년대만 하더라도 가격 대비 품질 차이가 현저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비슷한 품질의 제품이 반값 이하에 유통되자 당해낼 방도가 없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옮겼지만 역부족이었다. 매출은 2001년 34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판매가를 20∼30% 인상하자 국내 매출도 급감했다. 현재 직원 수는 140여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생산량도 연 3000만개로 전성기 때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국 수도 63개국으로 줄었다.

쓰리쎄븐은 올해를 ‘제2 도약’을 위한 원년으로 삼겠다며 자신에 찬 모습이다. 내년 매출 목표는 역대 최고치였던 340억원대를 회복하는 것. 지난 10월 김상묵(50) 대표이사 사장 등 창업주 2세들이 티에이치홀딩스를 설립, 중외홀딩스에 인수됐던 쓰리쎄븐을 되사면서 본격적인 혁신에 나서고 있다.

5일 충남 천안시 마정공단에 위치한 본사 공장은 주문 물량을 맞추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이날 생산해야 하는 물량은 13만여개. 조립라인에서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던 20여명의 직원들은 “한동안 우중충했던 회사 분위기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아 힘이 난다”고 입을 모았다.

쓰리쎄븐이 자신 있게 제2 도약을 내세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목욕탕, 호텔 등 공공장소에서 사용하는 손톱깎이의 날만 교체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보다 정교하고 매끄럽게 깎이는 기술 개발을 위해 지난 11월 연구소를 설립해 정부로부터 인가도 받았다. 공정과정에서 유해 독소 물질 사용을 줄여 ISO14000 인증을 받는 등 친환경 경영에도 앞장서고 있다.

해외시장에 불법 복제품이라는 복병이 있다면 국내에선 낮은 브랜드 인지도가 문제다. 국내에 유통되는 손톱깎이의 90% 이상은 쓰리쎄븐 제품이지만 대부분 판촉용으로 쓰이다 보니 브랜드 자체가 의미가 없다. 10∼20년을 사용하고도 가방 제조업체 ‘쓰리세븐’과 착각하기 일쑤다. 권정수(42) 인터넷사업본부장은 “그동안 수출기업에만 초점을 맞춰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다”며 “브랜드 홍보에 박차를 가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인터넷 쇼핑몰(www.i777shop.com)을 열어 고객 접근성을 높이고 유통망을 강화한 게 그 예다.

손톱깎이 제조는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30여 가지 공정을 거쳐야 한다. 철판을 프레스로 절단하고 열처리를 한 뒤 자갈과 특수약품이 들어간 통 안에 넣어 회전시켜 다듬는다. 이후 연마, 조립을 거쳐 최종 도금을 끝내야 완성품이 나온다. 박도범(47) 생산부장은 “손톱깎이 제조는 금속가공의 총화”라고 말했다.

전 세계 인구의 30∼40%만이 손톱깎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그만큼 신시장 개척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김 사장은 “30년 동안 똑같은 성과를 내고 유지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며 “지금 회사가 과거에 비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혁신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의 별명은 ‘용광로’다. 지난 2001년 중국 산둥성에서 쓰리쎄븐의 불법 복제품이 대규모로 유통되자 1t짜리 트럭 2대 분량(시가 3억원)을 몽땅 사들여 고철 처리 공장의 용광로에 쏟아부은 데서 붙여졌다. 쓰리쎄븐을 ‘손톱깎이의 대명사’ 만들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위생 관념이 높아지면 손톱깎이도 칫솔처럼 개인별로 사용하고, 손톱·발톱용을 구분해서 쓰게 될 겁니다. 그때까지 쓰리쎄븐의 도전은 계속됩니다”라고 말하는 김 사장의 얼굴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천안=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