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정창교] 대통령이 찾은 백령도

국민일보

[뉴스룸에서-정창교] 대통령이 찾은 백령도

입력 2010-03-31 18:10

기사사진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30일 백령도 방문은 이곳 주민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 같다. 경호상 위험을 무릅쓰고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서해 최북단 섬을 방문함에 따라 그동안 주민들이 가졌던 소외감을 떨쳐버릴 수 있다는 표정이다. 천안함 침몰사고로 또 한번 위험지역으로 인식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주민들에게 대통령의 방문은 큰 위안이 되는 듯하다.

기자는 지금 천안함 침몰사고 취재차 백령도에 머물고 있다. 31일 식당에서 만난 한 주민은 “대통령의 방문 날짜를 백령도 주민 5000여명은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정섭 백령면장은 “수차례 해전에 이어 천안함 침몰사고가 터지자 주민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백령도 방문을 기념해 ‘방문 날짜’를 코팅해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백령도는 섬이지만 농토가 많아 1년 농사를 지으면 3년은 먹고 살수 있을 정도로 쌀이 많이 생산된다. 자급자족하고 남은 연 7만 가마(40㎏)의 벼를 육지 사람들에게 팔아야 하지만 물류비가 엄청나게 비싸 옹진군에서 지원해 주는 운반비 60%로는 생활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중앙정부가 물류비용만이라도 지원해주면 주민들의 삶에 햇살이 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백령도는 서해5도의 대표적인 섬으로, 6·25 이전에는 황해도 장연군에 속해 있다가 휴전선을 긋는 과정에서 남쪽으로 편입됐다. 주민 상당수가 6·25때 북한에서 내려왔다가 다시 돌아가기 위해 백령도로 나온 황해도 초도 사람들이다. 일제시대에는 심청각 주변에 금광이 있어 일본인들이 금을 캐간 상처의 땅이다. 북한과의 무력충돌이 본격화된 1999년 제1 연평해전 이후 제2 연평해전(2002년), 대청해전(2009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해5도 주민들에게 돌아왔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숙박업소가 텅텅 비는 현상이 나타나고, 낚싯배가 쉬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했다.

심청전에 나오는 인당수가 백령도와 황해도 장산곶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 예로부터 백령도 해상은 위험한 곳이었다. 고려시대에는 ‘곡도’라는 이름의 귀양지였다. 드라마 ‘태조 왕건’에 나오는 유금필 장군의 유배지가 바로 백령도다. 천안함 침몰 해상 인근 중화동 포구에는 중화동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교회여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2001년 11월 중화동교회의 기독교 역사관 개관예배 때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손자인 원일한 박사가 찾아오기도 했다.

주민들은 백령도가 인체로 말하면 심장과 가까운 겨드랑이에 해당되는 곳이어서 북한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긴다고 한다. 그럴수록 정부가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에 따른 정부 지원도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손쉽게 다닐 수 있도록 여객선 요금을 낮춰주고, 속도가 빠른 쾌속선을 투입해 잘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따른 기대감 속에서도 백령도와 관련해 언론들이 과당 경쟁으로 근거없는 보도를 하는 것에 대해 매섭게 질타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닷속에 있는 홍합여(암초)에 대한 보도. 섬과 가까운 바닷속에 어디나 홍합여가 있는데도 침몰한 천안함이 홍합여에 부딪혀 침몰했을 것이란 추측성 보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북한의 대남 위협성 발언이 나올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백령도 주민들. 이번에는 백령도 해저까지 위험한 곳으로 인식돼 몹시 가슴 아파하고 있다. 사고 원인이 어느 쪽으로 규명될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북한의 반잠수정 공격에 의한 것으로 결론이 나든, 암초에 걸려 침몰한 것으로 판명되든 주민들에게는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대통령이 방문한 30일부터 단잠을 잘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정창교 사회2부 차장 jcgyo@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