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식물 이야기] “벽오동 심은 뜻은”

국민일보

[고규홍의 식물 이야기] “벽오동 심은 뜻은”

입력 2010-05-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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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는 베어내 쓰기 위해 심은 나무다. 특히 딸아이를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고 전하는데, 워낙 빨리 자라는 오동나무를 아이와 함께 잘 키워서 혼사 때 장롱 한 채 지어주기 위해서였다. 장롱의 재료로 오동나무만큼 좋은 나무도 없었다. 목재가 좋은 오동나무는 장롱 외의 가구를 만드는 데에도 쓰였고, 거문고와 가야금, 장구와 같은 악기의 재료로는 최상급으로 쳤다.



옛 사람들은 오동나무 잎이 바람에 스쳐 떨어지는 풍경으로 가을을 느낀다고 했다. 잎이 유난히 크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을 게다. 오동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저절로 자라는 나무 가운데에는 남부 지방에서 자라는 팔손이와 함께 가장 넓은 잎을 가진 나무다.

잎이 오동나무와 닮은 까닭에 헷갈리는 나무로 벽오동이 있다. 줄기에서 푸른 빛이 돈다 해서 푸를 벽(碧)자를 쓴 벽오동의 잎은 오동나무 잎의 생김새와 크기가 매우 비슷하다. 그런 이유에서 옛 문헌에는 벽오동과 오동나무를 그냥 ‘오동’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러나 벽오동은 오동나무와 전혀 다른 나무다. 넓은 잎 외에는 닮은 게 없다.

꽃을 보면 두 나무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동나무는 5월 들어서면서부터 옅은 보라색의 꽃을 피운다. 꽃 한 송이의 길이가 6㎝ 정도의 나팔 모양이다. 하나의 잎으로 이루어진 통꽃이 나뭇가지 끝에 모여서 피어나는데, 꽃송이마다 안쪽에 푸른 빛의 줄이 선명하게 들어 있어 전체적으로 매우 화려하다.

오동나무보다 늦게 6월 쯤 피는 벽오동의 꽃은 1㎝쯤 되는 자잘한 크기의 꽃송이가 모여서 피어난다. 또 오동나무 꽃의 보랏빛과 달리 황록색 꽃이어서 화려하지도 않다. 식물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인 꽃이 이처럼 다르다.

나무를 심은 이유도 달랐다. 베어낼 목적으로 심었던 오동나무와 달리 벽오동을 심는 데에는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잤더니, 내가 심은 탓인지 기다려도 아니 오고……’로 시작되는 옛 노래가 있다. 노래 속에 나오는 전설 속의 새인 봉황은 오로지 벽오동에만 보금자리를 틀고, 대나무 열매를 먹으며 산다고 한다. 그 봉황이 나타나면 세상에는 태평성대가 온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결국 벽오동은 세상에 태평성대가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심었다는 이야기다.

저마다 태평성대를 이야기하는 선거 시즌이다. 오랫동안 마음 속에 키워오던 벽오동 한 그루 다시 돌아볼 때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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