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식물이야기] 모란과 작약의 근본적 차이

국민일보

[고규홍의 식물이야기] 모란과 작약의 근본적 차이

입력 2010-06-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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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 ‘꽃 중의 꽃’ 장미가 있다면 동양에는 ‘꽃 중의 왕’(花中王)’ 모란이 있다. ‘목단(牧丹)’에서 우리말로 바뀐 모란은 부귀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동양의 정원에서 가장 사랑받는 식물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는 신라 진평왕 때 중국에서 처음 들어와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다. 농염하게 피는 꽃은 곧잘 성장한 여인에 비유됐으며, 시와 그림에도 자주 등장했다.

모란꽃은 5월에 붉은 꽃잎 여덟 장이 지름 15㎝ 크기로 탐스럽게 피어난다. 특히 붉은 꽃잎과 노란 꽃술의 선명한 대비는 화려함의 극치라 할 만하다. 관상용으로 선발한 여러 품종 가운데에는 여러 장의 꽃잎이 겹으로 피는 품종도 있고, 흰색으로 피는 꽃도 있다.

일쑤 모란꽃과 헷갈릴 만큼 비슷한 꽃이 있다. 작약이다. 모란꽃이 시들어 떨어지고 난 유월에 피어나는 작약꽃은 모란과 구별하기 힘들 만큼 비슷하다. 유치할 만큼 선명한 원색이나, 꽃송이 안쪽에 다닥다닥 돋아나는 꽃술까지 빼어닮았다. 모란의 고향인 중국에서조차 모란을 목작약, 즉 ‘나무작약’이라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모란과 작약에는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모란이 나무인 것과 달리 작약은 풀이라는 점이다. 식물은 크게 목본(木本)과 초본(草本), 즉 나무와 풀로 나눈다. 나무는 잎 나고 꽃 피운 뒤 열매 맺는 한해살이를 마치고 나서, 땅 위의 줄기 부분이 살아남는 식물을 가리킨다. 나무의 줄기 안쪽에는 한해를 넘길 때마다 나이테가 쌓인다. 그러나 풀은 한해살이를 마치고 나면 땅 위에 솟아있던 줄기 부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겨울에도 뿌리가 남아있는 여러해살이풀이라 해도 땅 위 줄기가 사라지는 건 마찬가지다.

모란은 가을에 잎을 떨구고 줄기는 그대로 남은 채 겨울을 나는 나무지만, 작약은 한해살이를 마친 겨울에 줄기가 시들어 없어지는 풀이다. 여러해살이풀인 작약은 땅 속에서 뿌리로 겨울을 난 뒤, 이듬해 다시 새싹을 솟아올리고, 봄 깊어지면 붉고 화려한 꽃을 피운다. 겉 모양은 비슷하지만, 근본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다.

꽃을 감상하기 위해 선발해내는 관상용 품종이 끊임없이 새로 나오는 식물이어서, 모란과 작약의 구별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나무와 풀이라는 근본만큼은 바꿀 수 없다.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건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공통된 이야기이지 싶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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