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낙타가 사막에서 살아남는 법

국민일보

[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낙타가 사막에서 살아남는 법

입력 2010-06-16 18:08

기사사진


올해는 봄을 느낄 새도 없이 여름이 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너무 춥다던 사람들은 이제 불볕더위니 폭염이니 하며 야단을 피울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곳, 사막에 사는 낙타는 30℃는 그냥 쾌적한 온도일 뿐이고, 45℃는 넘어서야 좀 덥군 하지 않을까? 더위를 이기는 것만 놓고 보면 월드컵 우승감이 분명한 낙타에게는 뜨겁고 건조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한 독특한 생존전략이 있다.

우선 낙타는 사막에서 살아가기에 적합한 몸을 가졌다. 등에 있는 혹에는 먹이가 없을 때를 대비해서 지방을 저장해두었고, 마스카라가 필요 없을 만큼 길고 진한 눈썹은 사막의 모래바람을 막아줄 뿐 아니라 강력한 햇빛으로부터 눈동자를 보호해준다. 또 발바닥은 말랑말랑한 조직으로 되어 있어서 발을 디딜 때마다 발바닥이 넓게 퍼지면서 모래 위를 걸을 때도 발이 빠지지 않게 해준다.

보통의 포유류들은 정상체온이 37℃지만, 낙타는 34℃부터 41℃사이다. 그래서 다른 동물들은 체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숨을 헐떡이고, 땀을 흘려서 내려야 하고, 반대로 조금만 떨어져도 몸에 있는 영양소를 태워서 따뜻하게 해야 하지만, 낙타는 웬만큼 온도는 꿈쩍도 하지 않고 버텨낸다. 사람이라면 벌써 해열제를 먹었을 온도인 40℃는 넘어야 조금씩 땀을 흘리기 시작하고, 밤이 돼서 뜨겁게 달구어졌던 사막이 식기 시작하면 낙타의 체온도 34℃까지 떨어진다. 그래야 다음날 좀 더 천천히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낙타가 물을 아끼는 방법도 수준급이다. 낙타는 오줌도 농축시켜서 가능한 한 물이 조금 들게 하고 이마저도 뒷다리에 오줌을 묻혀서 체온을 식히는 데 사용한다.

신선한 똥도 물기가 거의 없어서 사막의 사람들은 낙타 똥을 연료로도 쓴다. 그래도 물 없이 적게는 일주일에서 몇 달을 버티다 보면 탈수는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일인데, 낙타는 자기 체중의 40%에 이르기까지 수분을 잃어도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다.

사람은 10∼12%만 잃어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먹거나 말을 할 수도 없게 된다. 그런데도 낙타가 괜찮은 이유는 낙타는 수분이 빠져 나갈 때는 몸 전체에서 골고루 빠져나가서 피가 순환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도로가 생기고 자동차가 낙타를 대신하기도 하지만, 낙타 없는 사막은 왠지 앙꼬 없는 찐빵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 어떤 것도 낙타만큼 사막을 잘 상징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