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식물 이야기] ‘돈나무’와 ‘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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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식물 이야기] ‘돈나무’와 ‘똥나무’

입력 2010-11-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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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에 겨울 내음이 묻어나면서 나무들이 서둘러 잎을 떨어뜨렸다. 잎을 덜어내고 생명 활동을 최대한 줄여야 오는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덜 추운 남부 지역에서는 그러나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는 상록성 나무를 많이 볼 수 있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 지방에서 자라는 돈나무는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상록성 나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나무로 손꼽힌다. 10월 지나면서 돈나무는 푸르른 잎 사이의 가지 끝에 노란 열매를 조롱조롱 매달고 한껏 싱그러움을 뽐낸다.

돈나무의 노란 열매는 초록의 잎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열매를 맺기 위해 돈나무는 늦은 봄에 여러 송이의 하얀 꽃을 피운다. 이 꽃에서 나오는 달콤한 향기는 돈나무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특징이다. 중국에서 이 나무를 칠리향이나 천리향이라고 부르는 근거다.

돈나무는 주변의 다른 나무들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정원수로 알맞춤한 나무다. 2∼3m쯤 높이의 반원형으로 단아하게 자라는 수형도 그렇지만, 규칙적으로 동글동글 모여 나는 잎도 여느 관상수 못지않은 멋을 가졌다. 또 겨울에도 초록빛을 잃지 않는 돈나무의 도톰한 잎의 표면에는 윤기도 흘러서, 꽃이나 열매가 아니어도 사시사철 정원을 풍요롭게 하는 나무임에 틀림없다.

누구나 한번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돈나무라는 이름은 열매의 특징에서 비롯됐다. 1㎝ 크기의 열매에서는 붉은 점액이 배어나오는데, 이는 곤충들에게 좋은 먹을거리다. 벌이나 나비가 사라진 때여서 돈나무 열매의 점액을 찾아오는 건 대부분 파리들이다. 파리가 꾀자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나무를 ‘똥나무’라고 불렀다. 하찮은 나무로 여기고 별다르게 신경을 쓰지 않던 시절이었다.

이 나무의 가치를 알아본 것은 제주도를 여행하던 일본인들이었다. 그들은 나무를 관상수로 키우기 위해 일본으로 가져가면서, ‘똥나무’라는 이름도 함께 가져갔다. 뜻도 모른 채였다. 그러나 쌍디귿과 이응 받침의 발음에 익숙지 않은 그들은 하릴없이 ‘돈나무’라고 했다.

우리가 이 나무의 가치를 알게 된 건, 이미 ‘돈나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뒤였다. 우리 토종 나무가 제대로 된 이름을 갖지 못하는 동안 일본식 이름으로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우리의 옛 이름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우리 나무를 일본식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 걸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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