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이석영] 생물자원은 국가의 자산이다

국민일보

[시사풍향계-이석영] 생물자원은 국가의 자산이다

입력 2011-05-2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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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종자전쟁에 돌입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도 국가의 자산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생물자원이 어떤 가치를 지녔기에 주권 논쟁이 되는 것일까.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홀딩’은 중국 지역의 토착 향료식물에 불과했던 팔각회향을 활용해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개발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독점생산하는 약으로 연간 20억∼30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항암·항생물질 성분을 가진 마늘의 알리신, 은행잎의 징콜라이드, 주목의 택솔 성분 등이 이미 활용되고 있고, 아직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물질·성분을 함유한 수많은 자원이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생물자원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종자에 국가 주권 인정키로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함부로 다른 나라에서 종자를 가져와 농사를 짓거나 연구하는 등 상업화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각국은 자원 주권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것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한국 등 세계 193개국이 가입한 유엔생물다양성협약(CBD·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회원국들이 나고야 의정서를 채택했다. 8년여간 논의해 오던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에 관한 협약이다. 이름 그대로 생물자원의 국제적 이용 절차와 그 이용으로 얻는 이익의 배분을 규정했다. 이 의정서는 금년 2월부터 1년 동안 서명기간을 거쳐 50개국 이상의 CBD 회원국이 유엔에 비준서를 내면 90일 뒤 정식으로 발효된다. 오랫동안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여겨 온 생물자원의 주권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나고야 의정서의 채택은 일부 불분명한 부분의 이해 당사자 간 이해도 차이로 향후 추가적인 협상이 예상된다. 하지만 생물자원의 이용과 이에 따라 발생되는 이익의 공정한 분배에 대해 국제사회가 준수해야 할 규범을 규정한 것이며 국제적으로 구속력을 가지는 법적 문서이다.

의정서의 핵심 쟁점은 생물자원에 대한 적용범위, 생물자원을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이익에 대한 공유, 생물자원에 접근하기 위한 절차,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되는 의무의 준수확보 등이다. 의정서는 유전자원에 접근(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자원 제공국에 해당 유전자원 또는 관련 전통지식의 접근에 대해 사전에 통보하고, 승인을 얻도록(PIC·Prior Informed Consent) 하고 있는데, 토착민 및 지역공동체가 PIC 발행 권한을 가질 수도 있다.

접근 절차를 마련할 때 적용되는 특별한 배려는 생물다양성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에 기여하는 비상업적 연구에 대해서는 간소화된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든지, 식량위기의 해결이나 위협적인 전염병 예방과 같은 긴급한 사태에 대해서도 배려하는 것 등이다.

적법이용 위해 체제 정비해야

앞으로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된 뒤에는 다른 나라의 생물 유전자원을 상업화하려면 그 나라의 권위 있는 기관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 계약을 해야 한다. 또 생물 유전자원을 제공한 나라는 이를 활용하는 나라에 넘겨준 생물유전 자원이 제대로 이용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기구를 만들 수 있다. 식량자원이나 신약물질 개발 측면에서 생물 유전자원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나고야 의정서가 과학·산업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화장품과 의약품, 건강식품 등의 원료 절반 이상을 해외 생물자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물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각국의 입법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적법한 절차를 통해 생물자원에 접근하고 이용하기 위한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의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석영 농촌진흥청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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