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염성덕] 독도를 사랑하는 사람들

국민일보

[여의춘추―염성덕] 독도를 사랑하는 사람들

입력 2011-08-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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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시도로 독도를 밟은 이들은 모를 것이다. 독도 방문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기자는 5차례 도전한 끝에 간신히 입도(入島)에 성공했다. 1990년대 초반 경찰청을 출입할 때부터 90년대 말 국방부를 출입할 때까지 모두 4차례 독도 원정에 도전했지만 기상 악화 탓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경 경비함, 군 헬기도 높은 파도와 거센 비바람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가 2009년 9월 기상청의 사회부장 초청 행사 때 여객선을 타고 독도에 들어갔다. 첫 시도로 성공한 이들이 많았지만 기자가 독도에 첫발을 내디디는 데는 15년 이상 걸렸다. 독도경비대원들에게 선물을 주고 기념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보다 30분 만에 섬을 떠났지만 감회가 남달랐다. 독도에 들어간 승객 모두가 독도 지킴이라고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간인 활동은 지향하고

독도 지킴이 하면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를 빼놓을 수 없다. 대한해협과 도버해협 횡단에 성공한 조씨는 2003년 8월 두 아들과 함께 울릉도 도동항을 출발해 18시간 사투를 벌여 독도 횡단의 꿈을 이뤘다. 독도경비대가 전달한 태극기를 들고 만세 3창을 외치던 조씨 부자의 모습은 지금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조씨는 심장병으로 숨지기 1년 전인 2008년 7월 한 달간 독도를 33바퀴 헤엄쳐 도는 대장정도 완영(完泳)했다. 그는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33바퀴를 돌았다고 했다.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른 가수 정광태씨도 독도와 인연이 깊다. 정씨는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독도로 본적을 옮겼고, 울릉도∼독도를 수영으로 횡단했다. 정씨는 일본이 특별한 이유 없이 비자 발급을 거부하자 아예 일본 방문을 생각하지 않고 있단다.

올해 3·1절 독도에서 대중가수로는 첫 공연을 한 가수 김장훈씨는 독도 역사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 해외 유력 매체들에 독도 광고를 할 정도로 독도 사랑이 유별나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도 독도와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해군 특수전여단(UDT) 출신인 그가 96년 UDT 전우회와 함께 5박6일간 포항에서 독도까지 수영을 해서 간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독도수호단체 ‘해룡’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경북 울진에서 독도까지 수영 횡단 대장정을 펼치고 있다. 1·2회 때는 울진 죽변항에서 독도까지 220㎞를, 올해에는 울진 구산항에서 독도까지 240㎞를 횡단하는 고된 여정이다. 1회 때는 해군첩보부대(UDU) 출신의 예비역으로 수영단을 꾸렸으나 2회부터 희망자를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 해룡은 “12일부터 15일까지 33명이 대장정에 성공했다. 독도 해역의 파도가 높아 선상에서 결의대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이들의 독도 사랑과는 달리 독도 마케팅에 올인하는 정치권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 같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15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자유선진당 변웅전 대표(14일)가 각각 독도 방문을 추진했으나 기상악화로 일정을 취소했다. 국회 독도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 12일 독도에서 열려던 전체회의를 기상 문제로 연기했으나 8월 중에는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독도에서 사진만 찍겠다는 심산이면 가지 말고, 울릉도에 건립할 예정인 독도체험수련관을 위해 후원금을 내는 것이 백번 낫다.

정치인 포퓰리즘은 지양해야

정치권이 독도 해병대 주둔을 비롯해 설익은 아이디어를 내고 있으나 이는 정치 포퓰리즘일 뿐이다. 일본에 개입할 명분을 주고, 적전 분열을 일으키는 일체의 언행은 삼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독도를 언급하지 않고 일본의 입장 변화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국익에 관한 한 행정부와 입법부는 사전조율을 거쳐 일치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중구난방으로 떠들어 대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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