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과학읽기] (5) 랜드의 튜브 물감이 없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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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속 과학읽기] (5) 랜드의 튜브 물감이 없었다면…

입력 2012-02-0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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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온 날이다. 눈은 그쳤고 햇볕 내리쬐는 마당 울타리에 까치 한 마리가 앉았다. 마치 오선지 위에 음표 하나를 그려 넣은 듯.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 이런 날 오후, 젊은 화가 모네는 얼른 화구를 챙겨들고 밖으로 나갔다. 흰 회색의 눈과 하늘, 그리고 햇빛이 만드는 이 순간의 느낌을 화폭에 옮겨 놓는다. 모네와 그의 친구들은 스튜디오 안이 아니라 야외에서 빛과 공기의 움직임을 직접 보고, 느끼는 대로 그리고자 하였다.

이러한 시도가 가능해진 것은 금속 튜브에 담아 파는 물감이 등장하고부터이다. 안료를 가루로 만들어 기름과 섞어 물감을 직접 준비하거나, 아니면 돼지방광으로 만든 자루에 보관하던 물감을 사용하던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튜브물감은 1841년에 처음으로 발명되었다. J.G. 랜드라는, 영국에서 초상화가로 그런대로 이름을 날리던 미국출신 화가의 발명품이다.

이것이 상용화된 1860년대 후반부터 화가들은 본격적으로 강가에서, 바닷가에서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튜브물감이 없었다면 아마 인상파도 없었을 것이다”라는 르누아르의 말처럼 1874년에는 인상파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들의 최초의 전시가 열리게 되었다. 지금 J.G. 랜드라는 이름은 잊혀졌다. 페이스 북에 올라오는 눈 사진들을 보며 젊은 모네의 손에 들려있었을 튜브 물감이 떠올랐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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