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태정] 결혼의 기준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안태정] 결혼의 기준

입력 2012-04-10 18:28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봄이 되니 주말마다 결혼식장 가기에 바쁘다. 거기서 축하의 말을 전하고 돌아서면 주변의 친척이나 하객들이 묻는다. “넌?” 그 뿐 아니다. 미혼의 여성을 무슨 편식증 환자처럼 보는 시선을 받다보면 실험실 책상 위에 놓여 해부당하기 직전의 개구리가 된 기분이다. 시간이 지나면 유리병에 포르말린을 넣고 장기 보존할 듯한 기세여서 서둘러 자리를 뜬 적이 많다.

사람들은 결혼적령기의 여성을 놓고 올림픽 출전 선수의 기량을 재듯 금·은·동으로 값을 매긴다. 결혼의 조건이나 이상과는 상관없이 “눈높이 좀 낮춰보는 것이 어떠냐” “결혼이란 현실이다” “살다보면 다 똑같다”는 식의 이야기를 반복해 듣는다. 그러면 “내가 현실감각을 상실한 채 앞만 보고 뛰고만 있는 맨발의 기봉인가?”라는 착각마저 든다. 현실에 충실한 모습, 자아실현을 위해 뛰는 모습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비춰진다.

결혼정보회사에서 말하는 결혼의 장점은 끝도 없다. 그럼에도 적령기의 나이가 늦어지고 있고, 1인 가구를 선택하는 미혼 남녀가 늘어가는 것을 보면 결혼관 자체가 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 조사기관에서 ‘젊은 세대의 결혼관은?’ 하고 물었더니 ‘결혼하는 의미를 모른다’, ‘결혼과 동거생활의 차이를 모른다’, ‘평생 미혼이라도 괜찮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유럽인과 결혼해 유럽에서 거주하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친구가 있다. 친구의 남편은 독신주의자였으나 연애 7년 만에 결혼을 결심하게 되어 유부남이 되었다. 그에게는 오래전에 사귀던 여자와의 사이에 태어난 딸이 있는데, 그런 게 그 나라에선 결혼에 아무 장애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결혼문화와 다른 부분이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결혼하지 않은 동거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해도 독자적인 인격체로 존중받는다. 그 아이에게 생명을 준 생물학적인 부모가 책임을 다하고, 사회복지 등 국가차원의 공적 지원에서도 차별을 받지 않는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평생 사생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불편한 삶을 살아간다. 본인의 선택이 아님에도 출생에 의해 인간존엄의 가치를 침해 받는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제 우리도 혼기가 찬 남녀를 보는 시선을 바꿀 때가 됐다. 인연이 닿아 사랑으로 결실을 맺는 결혼도 아름답지만 혼자의 힘으로 미래를 꾸려나가는 미혼 그 자체의 의미도 별도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것을높이 찬양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가치를 두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사는 미혼의 청춘남녀를 더이상 불순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이 있는 것 아닌가.

방향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며, 결혼이라는 틀에 맞춰 넣어야만 풍경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은 결혼은 젊은이의 로망이라는 것이다. 봄바람이 불면 철석같이 믿던 신념도 흔들린다. 아, 나도 멋진 결혼을 하고 싶다!

안태정 문화역서울284 홍보팀장



많이 본 기사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