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근미] 눈을 마주 보며 대화하자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이근미] 눈을 마주 보며 대화하자

입력 2013-01-0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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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릎팍도사의 새해 첫 손님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워쇼스키 남매였다. 방송을 보다가 라나 워쇼스키 감독이 “한국 기자들은 이상하다”고 한 말이 귀에 딱 걸렸다. 라나 감독은 인터뷰하는 기자가 자신의 눈은 쳐다보지 않고 컴퓨터 자판만 열심히 두드리고 있어 도대체 소통이 안 되더라고 말했다.

‘신의’라는 드라마로 오랜만에 대중들과 호흡한 배우 김희선씨도 SBS 힐링캠프에 나와 똑같은 말을 했다. “6년 만에 돌아와서 인터뷰를 하는데 참 이상했다. 기자들이 나를 안 보고 전부 노트북 자판만 보더라”는 얘기였다.

나도 자판을 두드리며 인터뷰하는 기자를 만난 적이 있다. 기자가 나를 쳐다보기는 하는데 눈동자에 초점이 없고 입가에 애매한 웃음이 감돌았다. 질문하랴, 들으랴, 입력하랴, 세 가지를 동시에 하다 보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서, 인터뷰, 칼럼쓰기’를 익혀 책을 내려는 이들의 모임인 ‘300 프로젝트’에서 ‘인터뷰의 기술’ 강의를 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예비 저자들에게 인터뷰 경험을 풀어놓으면서 가장 강조한 말이 눈을 마주 보고 상대방이 마음을 활짝 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준비한 질문을 던지되 취재원의 답변을 면밀히 분석하며 새로운 질문을 계속 만들어야 참신한 글이 나온다는 얘기도 했다. 반드시 녹음해 나중에 다시 들으며 자판을 치라는 주문도 곁들였다. 녹음한 내용을 들으면 인터뷰 당시 놓친 단어와 호흡에서 새로운 의미를 깨닫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어디서나 소통이 화두다. 국민은 정치인이 불통이어서 불평이고, 부하직원들은 상사가 요지부동이라 속 터진다. 가족 간에도 대화가 단절된 지 오래되었다고들 한다. 마주 앉은 취재원과 기자조차도 눈을 맞추지 않는다니 그 정도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직접대화에 실망해서인지 많은 사람이 쌍방향 시스템에 환호하며 기계를 사이에 두고 불특정다수와 대화를 한다. 그로 인해 다양한 커뮤니티 속에서 활기를 찾는다는 이들도 있지만, 상처만 받고 불행한 결과에 이르는 사람도 있다.

귀를 열고 눈을 마주 보며 대화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진심을 담아 마음을 전해야 올바른 소통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른 데를 보면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세상에서는 소통이 아닌 소음만 퍼져나갈 뿐이다. 마음의 자물쇠를 풀고 눈과 귀를 열어 상대의 진심을 담을 때 비로소 소망이 피어날 것이다.

이근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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