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설국열차와 테라포밍

국민일보

[사이언스 토크] 설국열차와 테라포밍

입력 2013-08-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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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의 95%는 이산화탄소이며, 산소와 수증기 등은 극소량만 존재한다. 또한 자기장이 없어 태양이나 다른 별에서 날아오는 우주 방사선이 그대로 쏟아진다. 평균 기온은 영하 60도이며 최저 기온은 영하 125도인 곳.

칼 세이건은 이 같은 화성에도 지구인이 거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때 밀도가 높았던 화성의 대기 기체들과 얼음 덩어리가 모여 있는 화성의 극관에 이끼류의 식물을 심는 방법이란다.

태양광에 의해 극관이 녹으면서 그 속에 갇혀 있던 기체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대기압이 높아지면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게 되며, 산소가 많아지고, 오존이 형성되어 많은 양의 자외선 복사도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다.

실제로 화성의 낮은 기온과 치명적인 우주 방사선 같은 악조건에서 멀쩡하게 생존할 수 있는 미생물들이 지구에도 있다.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듀란스’란 미생물은 화성 지표면 30㎝ 지하에서 120만년을 생존할 수 있으며, ‘브레분디모나스’란 미생물은 화성 표면에서 약 11만7000년을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이런 미생물들과 지구상에서 가장 생명력이 강한 남조식물을 화성에 옮겨 놓을 경우 몇 천년 후, 아니면 몇 만년 후 정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처럼 외계의 천체 환경을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것을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 한다.

테라포밍은 먼 미래에 인류가 불가피하게 지구를 떠나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공상과학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과학으로 충분히 실현가능하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설국열차’에서도 테라포밍이 등장한다. 테라포밍을 하는 곳은 화성 같은 외계 행성이 아니라 바로 지구다. 기후변화로 너무 더워진 지구를 식히기 위해 CW-7이란 냉각제를 살포하는 것. 이처럼 지구의 기후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지구공학 또는 기후공학이라 부르지만, 사람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지구로 만든다는 의미에서 보면 그것도 일종의 테라포밍이다.

그런데 영화 속 테라포밍은 처참했다. 기온이 조금 내려갈 것이란 예상과 달리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지구가 외려 사람이 살 수 없는 외계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영화는 17년 후 지구가 최상위 포식자인 북극곰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서서히 복원됐다는 결말을 암시한다. 지구온난화에 가장 적합한 테라포밍 기술은 어쩌면 영화처럼 인간의 개입을 막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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