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한홍] 평범이 비범입니다

국민일보

[바이블시론-한홍] 평범이 비범입니다

입력 2013-09-12 17:51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요즘은 창조와 개성의 시대라고 하여 너 나 할 것 없이 다 좀 튀어보려고 한다. 평범해서는 아무도 봐주지 않으니까 어떻게든 남과 달라보이게 하는 것이 생존의 비결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각종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너무나 앳된 얼굴의 청소년들이 어떻게든 남보다 더 튀어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도 이제는 어떻게든 남과 다른 독특함을 만들기 위한 발버둥이다.

튀어 보려다 한계 넘기 쉬워

문제는 이 튀어보려고 하는 몸부림이 선과 악, 옳고 그름의 한계선을 넘어 버리는 수가 많다는 데 있다. 영화나 TV 드라마들이 치정 살인과 불륜, 출생의 비밀, 마약과 폭력으로 버무린 자극적인 막장으로 치닫는 것도 이제 어지간한 것으로는 놀라지 않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기 위해서인데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 특히 젊은 세대의 정신세계가 황폐해지는 문제에 대해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적령기에 짝을 찾아 결혼하는 것이 어렵다. 결혼한 뒤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는 부부들이 부지기수이고, 아이를 낳았다 해도 그 아이를 엄청난 교육비와 학교폭력과 ‘왕따’와 살인적인 학업 스트레스 가운데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성인이 되도록 잘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

불륜이나 성격차이, 양가 부모의 간섭, 혹은 경제적 이유 때문에 갈라서는 부부들이 대도시일수록 너무나 많아 최근에는 교회에서도 이혼 이야기를 다이렉트로 설교 강단에서 다루기가 너무나 조심스러울 정도다. 제때 결혼해 아이들 잘 키우며, 부부가 노년까지 해로하는 평범한 가정 만들기가 요즘은 굉장한 업적(?)이다.

직장생활은 또 어떤가. 치열한 입시 경쟁을 거쳐 국내외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어려운데 대학 졸업하자마자 입시 경쟁보다 더 살벌한 취업 경쟁이 기다린다. 여기서 간신히 좋은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해도 엄청난 업무 스트레스를 견뎌내며 잘 살아남는 것이 쉽지 않고, 그것도 40대 후반부터는 조기 은퇴의 압력에 밀려 다시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만 한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중년까지 잘 살아남는 것도 요즘은 비범한 것이다.

목회자들도 쉽지 않다. 어렵게 결심해서 신학교에 들어갔는데 좋은 부교역자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교회 만나는 것부터 쉽지 않고, 이후 좋은 교회로 청빙받는 것은 더 어렵고, 개척해서 성공할 확률(1년 안에 자립하는 것)은 3%도 되지 않는다. 재정, 행정, 목양이 안정된 교회 목회자로 평생 늙어가는 보통 목회자만 돼도 요즘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평범 속에 비범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수많은 꽃미남 배우들 대신 요즘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설경구, 류승룡, 송강우 같은 배우들의 특징은 지극히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인상이지만 비상한 연기력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오래 사로잡는 개성이 되었다.

실수없이 잘 하는 것이 최선

취업할 때 남보다 튀어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여. 사장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슨 일이든 맡겨졌을 때 불평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고, 무섭도록 성실하게 감당해내는 강인한 사람이다. 한 명의 배우자와 평생을 함께하는 것이 무료하고 힘들어 슬금슬금 한눈을 파는 유부남 유부녀들이여. 진정한 사랑은 집중력임을 아시는가? 천 명의 아내를 가졌던 솔로몬은 실은 그 누구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불행한 남자였고, 그 가정에서 태어난 아들은 아버지가 세운 왕국을 반토막냈다.

경상도 사투리에 “단디 해라”는 말이 있다. 확실하게, 실수 없이 정신차리고 잘하라는 말이다. 남과 차별화되는 개성을 갖기 위해 애쓰는 것도 좋지만 실은 평범한 것을 “단디”하는 것이 정말 비범한 일이다.

한홍 (새로운교회 담임목사)

많이 본 기사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