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서로 다름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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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윤필교] ‘서로 다름은 □□□이다’

입력 2013-09-2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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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것이 다른 지역에서는 비상식이 되는 경우가 있다. 작은 교회 사모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그랬다. 교인 중에 60세 이상인 분이 절반을 넘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게 어렵다는 그는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었다. 주일예배 후 점심으로 찐 감자를 가끔 먹는데, 감자 삶는 법이 서로 달라 티격태격한다는 것이다.

“감자를 왜 껍디 째 삶노? 껍디를 벗겨 삶아야지.” “아니, 먹는 사람이 껍질을 까서 묵으면 되재 그게 어짠다고?” 감자를 먹을 때마다 늘 자기가 하는 방법이 옳다고 우긴단다. 제3자가 보기엔 답답해 보이지만,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일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최근에 성격유형 검사인 MBTI 중급과정 교육을 받으면서 다면척도 검사에서 ‘조기착수와 임박착수’라는 용어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 동료와 일하는 방식이 서로 달라 갈등을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일이 주어지면 바로 시작하는 타입인 ‘조기착수’형의 나는 마감시간을 조금 앞두고 일을 시작하는 ‘임박착수’형의 동료와 함께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업무 분담이 되긴 했지만, 함께하는 일도 있었다. 일을 늦게 시작하면 불안해지는 나는 시간 압박을 받지 않기 위해 늘 일을 먼저 시작했는데, 그는 마감일이 다가오면 그제야 시동을 걸었다. 불공평해 보였다. 마감일이 임박한 어느 날, 나는 그동안 쌓인 속내를 털어놓았다. 일을 제때 마무리할 수 있을지 몹시 불안했던 것이다.

그는 마감시간의 압박이 있을 때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일이 잘 된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을 안 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지만,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축적한다는 것이다. 그때는 그가 핑계를 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MBTI 교육을 통해 서로 습성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자신의 일로 다가오면 객관적으로 보기가 쉽지 않다.

서로 다름은 ‘좋은 선물’이다. 때로는 서로 부대끼지만, 다름을 다양한 선물로 받아들일 때 삶은 더욱 풍성해진다. 서로 다름은 나를 ‘다듬는 도구’다. 다름에서 오는 차이는 내 안에 숨겨진 이기심과 욕심을 하나 둘 깨뜨리며 모난 성품을 다듬어간다. 서로 다름은 ‘축복의 통로’다. 서로 다른 개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축복으로 가는 소통의 길이 열

윤필교(기록문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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