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얼음공주 이야기

국민일보

[이진곤 칼럼] 얼음공주 이야기

입력 2014-03-19 02:41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디즈니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의 관객 수가 국내 상영관들에서 10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는 보도다. 이 영화의 주인공 얼음공주 엘사가 박근혜 대통령을 연상시키고 삶의 역정까지 닮은 덕이라던가(아직 못 봤으니 ‘하더라’ 식이 될 수밖에…). 기실 이 영화가 수입되기 전부터 박 대통령에게는 ‘얼음공주’라는 별명이 붙여져 있었다. 아주 냉정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겠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미동도 않고 표정 하나 안 바뀔 것 같은 이미지도 내포돼 있을 것이다.

그처럼 상대를 떨게 하는 별명을 가진 박 대통령이 최근 직설적이고 직정적인 언어를 격하게 혹은 강하게 구사한다고 들린다. 그 회의장 분위기가 어떨 것인지 짐작할 만하다.

모범생 박 대통령의 격한 말

그간 박 대통령은 아주 절제되고 정제된 용어로만 말해 왔다. 바른생활 교과서 읽는 것처럼 들리는 어조와 언어였다. 그러던 박 대통령이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의표를 찔렀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한 것이다. 이야말로 의외의 일격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표현이 모범생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대박’은 새삼 유행어가 됐다.

그 이후로 표현이 다채로워(?)졌다.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 진돗개 정신으로 일하라.”(2월 5일 국무조정실 업무보고)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몸이 죽는다는 암 덩어리로 생각하고….”(이상 3월 10일 수석비서관회의)

올해는 집권 2년차, 정말 중요한 시기다. 이때를 놓치고 말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길에서 점점 멀어진다. 3년차에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박 대통령은 그간 규제철폐, 공공부문 개혁, 경제 활성화, 비정상의 정상화 등 로드맵 또는 과제들을 제시하고 독려해 왔다.

그런데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분위기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 다들 잠자리에서 꼼지락거리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는 말로 들린다.

참으로 별일인 것이, 박 대통령의 발언 강도가 높아지고 때로는 거칠어지기까지 하는데 여론은 오히려 호의적이라고 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이달 둘째 주 주간 집계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59%로 전주 대비 1.4%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다. 달리 상승 요인이 없는 때인 만큼 어떤 매체는 ‘파격발언 효과?’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봄은 얼음 속에서 준비된다

대통령의 말과 지지율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걸 밝혀내는 것은 전문가들의 몫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혹 발언과 지지율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면 이런 해석은 어떨까? 즉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청와대와 내각의 책임자들을 강하게 질책 독려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한 신뢰와 기대의 표시일 수 있다. (말하자면) 이건 모범답안이다. 정답은 달리 있을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의 어조와 표현이 달라졌다는 것은 감정에 동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박 대통령이! 그 모습에서 사람들은 비로소 안도한다. 박 대통령도 화낼 줄 알고, 답답해할 줄도 아는, 영락없는 사람이구나 해서다.

얼음공주는 몸도 마음도 다 얼어 있는 줄 알았는데 속 깊은 곳에서는 따뜻한 피가 돌고, 그보다 훨씬 뜨거운 사랑이 있었다. 그 사랑의 힘이 얼음으로 굳어가던 안나를 구하고 마침내 세상을 구했다. 그게 영화의 에필로그라고 한다.

누가 알겠는가. 얼음공주의 레이저 광선이 언 대지를 녹이고 그 위로 봄을 부르는 생명의 볕이 될지….

이진곤(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포토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