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 (12) 이지남 퓨리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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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여성CEO 열전] (12) 이지남 퓨리탄 대표

입력 2014-04-03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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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디자인 독특하죠? 성령의 메시지 담았어요”

이지남(41·여) ㈜퓨리탄 대표의 이름은 다소 낯설다. 하지만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대표가 만든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최지우와 신애라, 이승연, 손태영, 김혜은 등 ‘패셔니스타’로 알려진 여배우들이 퓨리탄의 가방을 든 사진은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 24대 왕인 헌종의 사랑 이야기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핸드백은 덴마크 여왕인 마르그레테 2세(Margrethe II)에게도 헌정됐다.

성공한 디자이너이자 패션기업 CEO인 그에게 사업은 부나 명예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복음을 받아들인 후 사명을 놓고 기도하던 중 ‘비즈니스 선교사(Business as Mission)’라는 응답을 받았다”며 “함께 성경을 공부하는 청년들에게 ‘믿음의 사업가’로서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 신앙을 갖기 전부터 그는 성공한 패션 사업가였다. 1997년 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조선공학을 전공한 남편의 미국 유학길에 동행했다. 남편 구본형(45) 집사는 이 대표에게 전공을 살려볼 것을 권했다. 이 대표는 패션의 도시 이탈리아 밀라노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2002년 미국 패션의 심장부 뉴욕에서 액세서리 사업을 시작했다.

아무런 기반 없이 시작했지만, 첫 사업은 성공이었다. 5년 만에 미국 동부와 남부에 10개의 매장을 갖게 됐다. 단순히 제품을 진열해 판매하는 경쟁업체들과 달리 이 대표는 매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점원이 직접 ‘헤어 코디’를 해주도록 교육했다. 고객들은 차별화된 서비스에 열광했다. 졸업파티 등 큰 파티가 있을 때는 매장 앞에 줄을 설 정도로 사업은 번창했다.

부도 찾아왔다. 세 명의 가정부가 일하는 큰 저택에 살았다. 쇼핑을 하기 위해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정도로 호사를 누렸다. 하지만 만족이 없었다. 이 대표는 “당시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2007년 셋째 아들을 낳은 후 심각한 산후우울증이 찾아왔다. 이 ‘마음의 병’이 그를 신앙의 길로 이끌었다. 교회는 낯설지 않았다. 친정 식구들이 모두 기독교인이었고, 유학생활 초기에 한인교회에도 출석했다. 한인교회 출석 전에는 1주일간 신구약을 1회 정독하기도 했지만 그때까지 하나님도, 구원의 은혜도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2007년 4월 다시 찾은 주일예배에서 이전까지 들리지 않던 메시지가 들렸다. 그날 설교의 제목은 ‘돌아온 탕자’였다. 먼발치에서부터 집으로 돌아오는 아들을 알아보고 달려가는 탕자의 아버지에게서 하나님이 오버랩 됐다. 이 대표는 “아들을 끌어안은 아버지의 모습에서 오랜 시간 나를 기다려 주신 하나님이 보였다”며 “태어나 처음으로 교회에서 눈물을 흘렸고, 하나님이 너무나 알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사업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하루 20시간 가까이 성경을 읽고 묵상했다. 성경을 읽는 가운데 두 가지 의문에 대한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묵상 가운데 하나님께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건드리셨다.

이 대표의 외증조부는 만주에서 독립운동가 양성을 위한 학교를 세우던 중 목숨을 잃었다. 외가 어른들은 이 대표가 어릴 때부터 ‘너는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곤 했다. 외가에 갈 때면 아름다운 전통 고가구들을 보며 한국적 미에 대한 감각도 키웠다.

2008년 6월 이 대표는 계획에 없던 귀국을 결정했다. 다애교회(이순근 목사)에서 다시 집중적으로 성경을 공부했다. 성경을 가르칠 수 있는 전문강사 과정도 이수했다. 신학교에 갈 것인지를 놓고 기도하던 중 ‘비즈니스 선교사’로 부름을 받고 2011년 지금의 회사를 세웠다.

회사 이름은 청교도를 뜻하는 ‘퓨리탄(Puritan)’으로 정했다.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갔던 그들처럼 세상 속에서 온전한 믿음을 지키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가 담겼다. 첫 브랜드인 ‘쿠미오리’ 역시 성경적 배경을 갖고 있다. 복음을 받아들인 뒤 이 대표는 새벽기도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는데, 하루는 어두운 복도에 불을 켜는 순간 이사야서 60장 1절(일어나라 빛을 발하라)이 뇌리에 박혔다고 한다. 그녀는 “이 구절의 히브리어 문구가 ‘쿠미오리’였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패션전문기업인 보끄레 머천다이징과 손을 잡고 두 번째 브랜드 ‘지나미(Jinammi)’를 론칭했다. ‘참 진(眞)’ ‘나 아(我)’ ‘아름다울 미(美)’를 합쳐 ‘참된 나는 아름답다’라는 의미로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핸드백 디자인에 접목시켰다. 하지만 이 브랜드에는 숨은 뜻도 있다. 이 대표는 “참 진자에 ‘내 백성’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아미(ammi)를 합쳐 ‘하나님 안에서의 참 백성’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지나미의 핸드백은 전부 이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다. 그리고 지나미 이사로 일하는 남편이 인체공학적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한다. 이 대표는 “브랜드를 론칭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미국과 러시아에도 진출 준비 중이다”라며 “가방 안에 담긴 성령의 메시지에 사람들이 감응하는 것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 이지남 대표 약력

△1973년 9월 경남 사천(삼천포) 출생 △1997년 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 졸업 △2001년 이탈리아 밀라노 마랑고니 패션학교 졸업 △2002년 액세서리 브랜드 ‘Soho’ 프랜차이즈 사업 시작 △2011년 ㈜퓨리탄 설립 △2013년 핸드백 브랜드 ‘지나미’ 출범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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