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호남주의자, ‘호남’ 그만 팔아라...마니교적 이분법 사고”

국민일보

진중권 “호남주의자, ‘호남’ 그만 팔아라...마니교적 이분법 사고”

입력 2016-05-06 15:14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가주의자들은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identify) 함으로써 정체성(identity)을 확보합니다"라며 "이렇게 자신을 국가와 완전히 동일시하다 보니,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은 ‘반국가분자’라 부르는 고약한 습성을 보입니다"라고 했다.

진 교수는 "호남주의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호남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정체성을 확보한 이들이라,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반(反)호남주의, 영패주의자라는 낙인을 찍곤 하죠. 그래서 애먼 사람들까지 ‘영남’ 사람 취급하는 겁니다"라고 했다.

그는 "‘호남 대 영남’이라는 마니교적 이분법에 사로 잡혀 있다 보니, 새누리당에 반대하는 영남의 3~40%의 인구는 물론이고, 심지어 국민의당에 찬동하지 않는 호남의 40%의 인구마저 은폐된 ‘영남패권주의자’라 몰아붙이는 겁니다"라고 했다.

진 교수는 "이들은 자신을 완전히 ‘호남’과 동일시하기에 자기들에 대한 비판을 곧 ‘호남’에 대한 비판으로 간주합니다"라며 "호남에도 더민주 지지자, 새누리 지지자, 정의당 지지자가 고루 존재합니다. 그들에게는 이 분들은 호남이 아닌 게죠"라고 했다.

그는 "국가주의자들이 ‘레드 콤플렉스’ 선동으로 반대자를 공격한다면, 호남주의자들은 있지도 않은 ‘호남차별론’ 선동으로 반대자를 공격합니다"라며 "예를 들어 박지원이 문재인의 자서전을 왜곡해서 선동하던 방식을 생각해 보세요"라고 했다.

진 교수는 "공포 혹은 원한과 같은 매우 원초적인 부정적 감정을 부추겨 유권자들의 이성을 마비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 거죠"라며 "유감스러운 것은 이 저급한 행태가 아직도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겁니다"라고 했다.

진 교수는 "아무튼 호남주의자들에게 바라옵건대, 더 이상 ‘호남’ 팔지 말고, 자기 ‘개인’의 이름으로 발언하셨으면 합니다"라며 "아니면 어디서든 ‘호남대표’ 자격 인증을 받아오든지.... 개인으로서 발언을 했다면, 책임도 개인이 져야 하는 겁니다"라고 했다.
 이어 "호남주의자들의 가장 큰 폐해는..... ‘자기’ 이름으로 발언하는 게 아니라 ‘호남’의 이름으로 발언한다는 겁니다"라며 "그 결과 그들 자신의 저속한 인식과 저급한 발언에 대한 책임을 ‘호남’이 져야 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는 겁니다"라고 했다.

진 교수는 "사실 영남사람이나 호남사람이나 뭐가 다르겠어요? 똑같이 “세속적 욕망”을 가진 존재들이겠지요"라며 "‘후견주의’는 사실상 영호남 모두에 존재해 왔습니다. 다만 호남의 경우 그 욕망이 ‘민주화’라는 더 큰 공적 욕망과 공존해 왔을 뿐이죠"라고 했다. 

그는 "호남주의자들이 “호남의 세속적 욕망”을 긍정하자고 주장하며 5.18 정신을 그 욕망을 가둔 굴레로 간주하면서, 그 두 욕망의 분화가 일어난 겁니다"라며 "안타까운 것은 민주화의 성지 광주마저 노골적인 후견주의의 공세에 함락됐다는 점이죠"라고 했다.

진 교수는 "광주의 선택은 존중하나, 동시에 그 선택을 비판할 수도 있는 겁니다. 가령 우리가 영남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지역주의, 후견주의 투표행태를 비판하는 것처럼"이라고 적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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