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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은혜, 도저히 못 듣겠” 초보교수 이지선의 고백… 미션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7-05-18 15:13 수정 2017-05-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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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한동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지선 교수가 초보 교수로서 겪는 어려움과 학생들과의 감동적인 교감을 담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겸손하고 솔직한 고백에 페친들이 큰 호응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지선 교수, 멋집니다. 18일 미션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이지선 페이스북 캡처

글은 스승의날인 지난 15일 저녁 이지선 교수의 페북에 올라왔습니다.

이지선 교수는 교수로서의 삶이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1000명이 넘는 청중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강연했지만 수 십 명의 학생들 앞에서 가르치는 건 어렵다는군요.

“늘 같은 이야기를 매번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며 살다가 매번 다른 이야기를 늘 같은 사람들에게 해야만 하는 일을 하며 지낸지 두 달이 되었습니다. 천 여 명이 넘는 청중 앞에서도 긴장하지 않았었는데 올해 3월 이후 매일매일 저는 49명, 72명의 학생들 앞에서 바짝 얼어 있습니다.”

이지선 페이스북 캡처

어찌나 긴장을 하는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이가 아플 지경이라고 합니다. 이를 악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이 빨라지고 보고 읽거나 질문이 두려워 후다닥 넘어가기도 한다는군요.

“학생 질문에 대답 못하는 일은 일상이고, 말하다가 헷갈리고 몰라서 학생들에게 질문도 잘합니다. 그러다 손 빠른 학생이 네이버로 팩트 체크 해주기도 하고요.”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경력 많은 교수님께 수업 들었으면 많이 배웠을텐데... 겨우 이런 수업밖에 못해줘서 미안해서 학생 눈도 잘 못 마주칩니다.”

처음에는 다 그렇다며 스스로를 위로해도 프리젠테이션을 잘 하는 학생을 보면 숨고 싶어진다고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네요. 특별히 엉망으로 수업을 한 것 같은 날에는 수업이 끝나자마다 도망치듯 집으로 온 날도 있었다는군요. 영어로 수업을 하는 것도 어렵고요.

그러다 첫 스승의날을 맞았습니다. 수업을 하는데 조교가 꽃을 들고 들어오고 학생들이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렀습니다. 민망한 나머지 중간에 노래를 끊었대요.

이지선 페이스북 캡처

“내가 학생들에게 배우는 중인데 이게 무슨 민망한 상황인지, ‘아아아~고마워라~’ 이 부분으로 치닫기 전에 제가 끊었습니다. ㅋㅋ 거기까지 부르게 해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학생들로부터 카드 선물도 받았다네요. 이지선 교수는 “허접한 수업에도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맨 앞줄에 앉아 수업을 듣는 훌륭한 학생들이 카드로 초짜교수를 위로하고 격려해주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지선 교수가 받은 선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책학회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실 방문을 예쁘게 꾸며줬습니다. 방문 그림에는 이지선 교수가 해바라기고 학생들을 꿀벌로 그려져 있습니다. 또 ‘EZ 선바라기’라는 제목과 함께 “여러 사람의 말이 우리에게 선을 보일자 누구뇨 하오니 여호와여 주의 얼굴을 들어 우리에게 비추소서”(시4:6)라는 말씀이 적혀 있습니다. 예쁩니다. ^^

이지선 페이스북 캡처

그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선생에게 마음 써준 학생들의 은혜가 민망하고 고마웠다”면서 “이런 학생들이 있어서 한동대~ 한동대~ 하나봅니다. 초짜교수의 고해성사처럼 시작된 글이 학생자랑으로 끝났다”고 했습니다.

이지선 교수의 글에 페친들은 열광했습니다.

“한동대도 머찌고 교수님도 머쪄서 한동대 한동대 하고 이지선 이지선 하나 봅니다.”

“한동대 만세”

“좋은 학교에서 좋은 교수님이 되어가고 있구나. 자랑스런 친구야. 너의 고백도 멋지고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 것 같아 감사해.”

등의 글이 이어졌습니다. 저도 좋아요 꾹 눌렀습니다. 댓글은 소심해서 못 달았어요. 이지선 교수가 얼마나 멋진 선생님이 될지 안 봐도 잘 알겠습니다.


아참, 이지선 교수가 누구인지 다들 아시죠?

전신 화상의 아픔을 극복해 온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한 분입니다.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을 냈죠.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4학년이었던 2000년 7월 음주운전자가 낸 6중 추돌사고로 전신 55%에 3도 중화상을 입었습니다. 

국민일보DB

40번이 넘는 대수술과 재수술을 받은 끝에 생명은 건졌지만 온 몸에 상처가 남았습니다. 이지선 교수는 하나님에 의지해 고통을 이겨냈습니다. 2004년 3월에는 미국 유학길에 올라 2016년 미국 UCLA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올 초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로 채용됐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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