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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릴 수도 없고'…직장 상사 스트레스 어떻게 풀까?

입력 2017-05-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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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대만 팼으면 좋겠다.’
고 한번쯤은 생각해 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누구를? 직장 상사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직장 상사를 때리고 싶다는 넋두리가 올라온다. 지난 12일 한 커뮤니티에는 “직장상사를 나무에 묶어놓고 때리고 싶다”는 글이 올라와 많은 공감을 받았다. 한 독자가 이런 취재 의뢰를 해왔다.

“어떻게 해야 직장 상사를 때리지 않고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까요?”

 극심한 취업난의 반대편에는 직장 내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 모 건설회사에 다니는 A대리(35)는 깔끔한 업무처리로 사내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자기 일을 남에게 떠넘기고 농땡이 피우기로 악명 높은 B과장(44)과 같은 현장에서 일하게 된 뒤로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사사건건 B과장과 부딪히던 A대리는 참다 참다 현장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과장에게 대들었다. A대리는 “일을 남들에게 미루지 말고 스스로 처리해달라”며 버럭 화를 냈다고 한다. 그 후 A대리에 대한 나쁜 소문이 사내에 퍼졌다. ‘지 잘난 맛에 사는 놈이 선배에게 개겼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진급까지 누락된 A대리는 지난달 자의반 타의반 중동 건설현장으로 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직장인 스트레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8명이 ‘높은 스트레스로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경험이 있다'고 호소했다. 상사·동료와의 관계를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은 이가 53%로 가장 많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에서도 직장인 93.3%가 ‘직장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많은 한국인들이 직장 내 관계 스트레스를 술과 야식으로 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6개월 내 음주 경험자 중 66.1%가 ‘혼술’ 경험이 있었으며, 이 중 17.6%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술을 먹는다고 답했다.

 술이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어줄 리 없다. 입시 컨설턴트로 일했던 이모(27·여)씨는 상사와의 갈등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야식에 술 먹는 생활을 반복했다. 체중은 8kg이나 불었고, 건강도 나빠졌다. 이씨는 “지난해 퇴사하고 번 돈을 전부 살을 빼는데 썼다”며 불평했다.

 술 때문에 더 아찔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지난 2월 22일 서울의 한 대기업 마케팅부 소속 직원 이모(28·여)씨는 회식 중 “너 이리 와봐”라는 말과 함께 과장 이모(40)씨의 뺨을 때렸다. 이 과장은 여직원의 얼굴을 ‘니킥’으로 맞받아쳤다. 회식 술자리의 사소한 말다툼이 결국 상호폭행으로 이어지면서 둘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몸을 쓰는 사람들도 많다. 백화점 회계 부서에서 일하는 김모(24·여)씨는 직장에서 돌아오면 지쳐서 아무 일도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지난 1월 발레를 시작했다. 김씨는 “몸은 여전히 뻣뻣하지만 자세가 정확해질수록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중소기업 인사팀에 근무하는 오모(28·여)씨는 같은 이유로 복싱을 한다. 그는 “샌드백을 후려칠 때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준 이들의 이름을 속으로 외친다”며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술 먹는 일 외에 특별한 레저문화가 없는 한국에서는 회사가 다양한 레저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 권위주의적인 상명하달식 사내문화가 해결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터에서는 누구나 상처를 입는다.
그 상처가 누군가에게는 내일도 기대하고 싶은 사랑일수도
누군가에게는 오늘도 살아남았다는 안도일수도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다시는 속고 싶지 않은 희망일수도
그 상처가 무엇이든, 얼마나 깊든 크든 간에 어쨌든 우리는 오늘도 모두 출근을 한다.
-KBS 드라마 ‘직장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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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민 전수민 기자 이재민 디자이너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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