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클라리네티스트 은성호 첫 콘서트… “제 멜로디에 귀 기울여 주실래요”

국민일보

장애인 클라리네티스트 은성호 첫 콘서트… “제 멜로디에 귀 기울여 주실래요”

입력 2017-07-07 15:39 수정 2017-07-08 22:36
취재대행소왱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백현로길 한 빌딩 지하 연습실. 클라리넷의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클라리넷 연주단인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이 지도 선생님들과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자폐성 발달장애인들임에도 서로 눈을 마주보며 화음을 맞추고 있었다.

자폐성 발달장애인 은성호씨가 자신의 생애 첫 콘서트를 앞두고 연습에 몰두하다 콘서트 포스터 앞에서 어머니 손혜숙씨와 손을 잡고 얘기하고 있다. 성남=신현가 인턴기자

지도를 맡고 있는 고대인(36)씨는 “앙상블은 프랑스어로 ‘함께, 같이’라는 뜻”이라며 “자폐성 장애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타인을 배려하고 화음을 이루는 앙상블인데, 우리 단원들이 그 일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은 상대방과 눈을 마주 보는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끊고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버린 이들이 드림위드앙상블을 통해 다시 서로를 쳐다보게 된 것이다.

드림위드앙상블은 은성호(34)씨의 생애 첫 번째 콘서트에 같이 무대에 서기 위해 모인 친구들이다. 수천번 반복해 연습하면서 화음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은씨의 콘서트는 오는 9일 오후 6시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에 위치한 KT체임버홀에서 열린다. 포항아트챔버오케스트라, 최훈락 피아니스트가 함께 한다.

은씨는 자폐성 장애(2급)에 해당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어머니 손혜숙(60)씨는 “생후 36개월 됐을 때부터 대학병원 몇 군데에서 ‘전형적 자폐’란 진단을 받았다"며 “전형적 자폐의 경우는 결혼도 불가능하다고 한 의사가 말했다”고 회상했다. 현재도 도움 없이 음악 이외의 사회생활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우연히 은씨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양한 음악을 찾아서 끊임없이 듣고, 건반 10개를 동시에 눌러도 한 음 한 음 분별해내는 절대 음감이 있었다.초등학교 1학년 음악시간에 선생님의 오르간 연주를 따라하는 아들이야기를 듣고 처음 피아노학원에 갔다.

“3초 동안 눈맞춤이 안되서 치료와 교육을 시작하기도 힘들었던 아들이 음악이라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무대에서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은씨는 ‘발달장애’의 옷을 벗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은씨에게 세상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컸다. 어려운 형편에 몇 번이나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손씨는 아들의 자립의 길을 열어주고자 백방으로 노력했다. 삶의 의미를 느끼고 가치 있게 살아가기 바라서였다.

201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등록해 예술인 활동증명을 신청해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길이 생겼다. 2007년부터 소속돼 수석까지 했던 하트하트오케스트라에서 2015년 나와야 했다. 클라리넷 앙상블로 직업 연주자의 꿈이 가능하다고 누구도 생각지 못했지만, 선생님께서 하면 된다는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앙상블이 함께 도전을 시작했다. 

때마침 성남시에서 사회적 경제 인큐베이팅에 선정돼 사회적 협동조합을 알게 됐다.

“성남시에서 2500만원의 지원을 받고 엄마대표는 연습실을 마련하고, 당시 총무도 운영비를 내고, 부모들도 형편따라 출자금을 내서 협동조합을 시작했죠. 이 후 전문연주단체로 인가도 받고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하기까지 쉬지 않은 모든 과정이 사람이 한 게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것이란 느낌이 들어요.”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연습실에서 각자 악기를 연주하며 화음을 맞춰 보고 있다. 성남=신현가 인턴기자

드림위드앙상블 단원 부모들의 가장 큰 숙제는 부모가 없어도 전문 직업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종목표다. 하루에 5~6시간 연습하고, 멀리 지방까지 연주를 다니면서 지금은 최저임금을 받고 있지만, 예술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자녀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음악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다시 힘을 모으고 있다. 

손씨는 “오직 무대 위에서만 홀로 자립하고 소통가능한 성호만의 음악 인생을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펼쳐보려 한다”며 “소중하고 감동적인 음악 이야기에 여러분이 함께 해주기 바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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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