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승진한 '강골 여검사'… 임은정의 반전 스토리

국민일보

결국 승진한 '강골 여검사'… 임은정의 반전 스토리

입력 2017-08-11 14:31 수정 2017-08-11 14:36
취재대행소왱
사진=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캡처

"늘 그렇듯 검찰이 참 비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돈 봉투 만찬' 사태로 면직된 이영렬 전 서울지검장의 고별사에 '소신 발언'으로 유명한 임은정(43·사법연수원 30기) 검사가 남긴 댓글이다.

검찰의 내부 관행에 대해 돌직구를 날려 화제가 됐던 의정부지방검찰청 임 검사가 몇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승진했다. 법무부는 10일 임 검사가 "서울북부지검 부부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2015년 2월과 2016년 1월 연달아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임 검사는 검찰의 잘못된 관행을 비판하다가 검찰 내 '반골'로 꼽혔을 만큼 소신 발언을 이어 온 인물이다. 올해 4월 우병우 전 청와대민정수석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국정농단의 조력자인 우리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을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이 글에서 "검찰의 직무유기, 고위직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인해 부실수사가 초래됐다. 검찰 고위직을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면 수사결과에 국민은 납득할 수 없다"며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수뇌부에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검찰 수뇌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영화 '더 킹'의 한채림 감독은 극 중 안희연 검사가 임은정 검사를 모티브로 해 만들어진 역할이라고 밝혔다. 출처=나무위키

임 검사가 처음 얼굴을 알린 것은 2007년 3월 광주지검에서 근무할 당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공판검사를 맡으면서였다. 당시 그가 미니홈피에 남긴 일기는 해당 사건을 영화하한 '도가니'가 개봉된 후 크게 화제가 됐다. 그는 글에서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라며 피해자들의 절절한 심경을 생생히 전했다. 이후 임 검사는 '도가니 검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2012년 2월 '우수 여성 검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불과 7개월 뒤인 2012년 9월 6일 민청학련 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았던 박형규 목사의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해 법조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박형규 목사는 1974년 박정희 정권이 유신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조작한 민청학련 사건 배후자로 지목됐었다. 당시 임 검사 직속 상관은 검찰의 할 일을 포기하고 판사에게 형량을 일임하는 '백지구형'을 지시해둔 상태였다. 임 검사는 이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했다가 징계 처분을 받았다. 임 검사는 재판 이후 "그분의 가슴에 날인했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법의 이름으로 지울 수 있게 됐다"는 글을 인터넷에 남기며 당시를 회고했다.

임 검사의 이같은 행보에 검찰계를 모티브로 삼은 영화에서는 그를 모델로한 인물이 등장했다. 올해 1월 개봉한 영화 '더 킹'의 한채림 감독이 "극 중 인물인 안희연 검사를 임은정 검사에게서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SBS 드라마 '조작'의 배우 엄지원도 자신의 롤모델이 임은정 검사라고 고백했다.

박은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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