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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손아동 후원금 128억원으로 ‘호화생활’ 즐긴 일당 검거

입력 2017-08-11 15:20 수정 2017-08-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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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대행소왱
요트 여행을 하는 등 호화 생활을 즐긴 새희망씨앗 관계자들. 사진=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결손아동을 돕는다며 기부금을 모집해 사적인 용도로 전용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결손아동을 돕는다며 기부자들에게 받아낸 128억여원을 가로채 빼돌린 혐의(상습사기·업무상 횡령 등)로 사단법인 새희망씨앗 회장 윤모(54)씨와 주식회사 새희망씨앗 대표 김모(37·여)씨 등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 등은 2014년 2월 서울의 한 사무실에 ‘새희망씨앗’이라는 이름의 사단법인과 주식회사를 동시에 차리고 “지역사회와 연계된 불우한 청소년이나 복지시설에 있는 결손 아동에게 후원하겠다”며 4만9000명을 속여 3년여간 약 128억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21개 지점의 콜센터를 차리고 결손아동을 위한 후원금을 모은다며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번호는 개인정보 2000만개가 수록된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구입해 마련했다. 전화를 받은 피해자들은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16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128억원 중 실제 후원으로 이어진 금액은 약 2억1000만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복지시설에서 잘 쓰이지 않는 태블릿PC 800대와 인터넷 강의 구매에만 사용됐다. 나머지 126억여원은 본사와 21개 지점이 4:6의 비율로 나눠가졌다. 사단법인 회장 윤씨와 주식회사 대표 김씨 등은 이 돈으로 외제차를 사고, 해외 골프 여행을 가는 등 호화 생활을 즐겼다. 직원 들과 요트 선상에서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같은 이름의 회사를 두 개나 차린 이유를 주식회사는 법적으로 기부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기부금을 쉽게 받아 챙기기 위해 사단법인으로 포장한 것이다. 이들은 주식회사에서 후원금을 모집한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사단법인 명의로 후원자에게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 같은 사기 범죄가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등록관청(설립 당시 서울시청)에서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는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내줬고, 사후에도 제대로 관리·감독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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