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커피, 남성에겐 돈 더 받는 카페…"'젠더 갭' 반영"

국민일보

똑같은 커피, 남성에겐 돈 더 받는 카페…"'젠더 갭' 반영"

입력 2017-08-12 17:55 수정 2017-08-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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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의 카페 '핸섬 허' 내부. 핸섬 허 페이스북 캡처.

똑같은 커피를 팔면서 남성 손님에겐 돈을 더 받는 카페가 등장했다. 이 카페에서 남성이 커피를 마시려면 여성보다 20% 가까이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 테이블과 좌석도 여성 손님에게 우선권이 있다. 

같은 일을 해도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구조적 '격차(Gender Gap)'를 가격표에 반영한 거라고 카페 측은 설명했다. 남성이 더 내는 커피값 차액은 여성을 위한 복지 서비스 등에 사용되도록 기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듯 남성에게 더 비싼 커피값을 요구하자 소셜미디어에선 이 카페가 제시한 남성용 가격과 여성용 가격의 차액에 '남성세(男性稅·Man Tax)'란 별칭을 붙였다. 한 쪽에선 '격차 해소'의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이라며 지지했고, 다른 쪽에선 또 다른 형태의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카페 '핸섬 허'의 새로운 가격정책을 설명한 안내판. 페이스북 캡처

◇ 커피값에 붙인 남성세 '18%'


호주 멜버른의 '핸섬 허(Handsome Her)' 카페는 최근 입구에 안내판을 세워놓고 손님들에게 세 가지 '운영규칙'을 제시했다. 안내판에는 "① 좌석은 여성에게 우선권이 있습니다. ② 남성은 '2016년 남녀 임금 격차'를 반영해 음식값의 18%를 더 내셔야 합니다. 이 돈은 여성 서비스에 기부됩니다. ③ 남을 존중해야 나도 존중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호주 정부는 지난 달 '2016년 근로소득자 임금 통계'를 발표했다. 파트타임 일자리를 제외한 풀타임 근로자의 주급을 성별로 구분해보니 여성의 급여가 남성보다 17.7%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당국은 지난 20년간 남녀 임금격차는 15~19% 사이를 오갔으며 15%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수치가 공개되자 '젠더 갭'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핸섬 허 카페의 여주인 알렉스 오브라이언은 남녀 임금격차의 구조적 문제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커피 갭'을 고안해냈다. 커피 등 음료와 채식 메뉴를 판매하는 핸섬 허의 가격표에 지난해 임금격차 17.7%를 반영했다. 이 카페의 남성세 18%는 젠더 갭 17.7%를 반올림 한 것이다.

◇ "남성세 붙였는데 카페에 빈 자리가 없다"

오브라이언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런 가격이 적용된 지난 며칠간의 카페 상황을 소개했다. 손님이 몰려 숨 돌릴 틈 없이 바빠졌다고 했다. 그는 "가격표에 담긴 메시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많다"고 적었다. "도시 반대편에서 이 먼 곳까지 일부러 와서 기꺼이 18% 웃돈을 내는 남성 손님도 있다"고 전했다.

오브라이언은 또 "남성에게 웃돈을 요구하는 가격표는 매달 한 주 동안만 적용할 계획이며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 웃돈을 내지 않겠다는 남성에게 나가 달라고 요구하진 않는데, 이를 거부하는 손님은 아직 없었다"고 덧붙였다. 

호주 멜버른의 카페 '핸섬 허' 내부. 핸섬 허 페이스북 캡처.

이 가게를 찾은 필 뎀프스터란 이름의 남성은 호주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그 웃돈을 감수할 생각이 있다. 남녀 임금격차는 상당히 크게 벌어져 있다. 설령 동등한 액수의 임금이 주어진다 해도 우리 사회 구조는 그것이 결코 공평하지 않도록 짜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격차' vs '차별'… 소셜미디어 격론


소셜미디어에선 격론이 벌어졌다. 수십년간 해소되지 않은 고질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인식의 전환을 촉발하는 아이디어라고 환영하는 사람도 많았다. 반면 어떤 이들은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 '격차'에 '차별'로 대응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남녀 격차가 고착화하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통계청도 지난 6월 ‘임금근로 일자리별 소득(보수) 분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에 가입한 근로자의 2015년 월평균 소득(세전)은 329만원이었다. 성별로 구분해 보니 남성의 평균소득은 월 390만원, 여성은 236만원이었다. 월 650만원 이상 받는 남성은 전체의12.3%, 여성은 3%였다.

최근 회계컨설팅업체 PwC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정규직 남녀 노동자를 조사해 발표한 ‘여성 경제활동 지수 2017’ 보고서는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가 36%라고 밝혔다.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지난 6월 취임사에서 “우리는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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