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날, '낡고 헤진 셔츠'만 입는 아버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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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날, '낡고 헤진 셔츠'만 입는 아버지 사연

입력 2017-09-0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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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왜 항상 같은 옷만 입으세요?”

딸은 늘 궁금했다. 아버지는 가족에게 특별한 행사가 있거나 여행을 갈 때면 항상 헤지고 빛바랜 녹색 셔츠를 꺼내 입었다. 오래된 이 셔츠에 구멍이라도 나면 직접 한 땀 한 땀 꿰매곤 했다. “그 낡은 옷 좀 그만 입으라”고 핀잔을 줘도 아버지는 이 셔츠를 늘 소중하게 보관했다. 일본인 리아씨가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된 아버지의 이야기다.

리아씨는 항상 똑같은 셔츠를 챙겨 입는 아버지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어떤 사연을 가진 옷일까?” 늘 궁금했던 그는 지난 1월, 이 셔츠에 숨은 이야기를 알게 됐다.


리아씨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오래된 앨범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신혼여행 때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사진 속에서 아버지는 이 셔츠를 입고 있었다. 옆에서 미소 짓고 있는 어머니 역시 색깔만 다를 뿐 같은 셔츠의 옷을 입고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그제야 리아씨는 아버지의 낡은 셔츠의 비밀을 알게 됐다. 어머니는 18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차마 어머니와 추억이 담긴 이 옷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그동안 아버지가 왜 항상 같은 티셔츠를 입었는지 궁금했다. 낡고 촌스럽게만 생각했던 아버지의 셔츠에 어머니와의 특별한 추억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리아씨는 지난8월 트위터에 이 낡은 셔츠에 담긴 사연을 공개했다. 30만 명의 네티즌은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시했다. 리아씨는 “항상 오래되고 낡은 그 셔츠를 입는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나 역시 어머니에 관한 기억을 돌아보게 됐다”면서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에 관한 중요한 물건들을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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