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주의 작은 천국]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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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의 작은 천국]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줄까

입력 2017-09-0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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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지 아니한 여름은 없다. 하지만 목회자에게 7, 8월의 여름은 더 뜨겁다. 성경학교와 학생회 수련회 등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행사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나 같은 시골목사는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해야 하니 더 뜨거운 여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부 대형교회나 연합기관에서 주최하는 성경학교나 청소년집회에 행사를 위탁하고 싶은 유혹을 받기도 한다.

영동 물한계곡교회 중3 수련회에 참석한 학생들.

하지만 그 집회들의 특성을 들여다보면 난감해진다. 그것들은 대부분 대규모 군중집회를 지향한다. 이것은 군사문화의 유산이다. 정당성이 없는 군사정권은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통해 자기 정권의 위엄을 나타내려 한다. 북한의 김일성 세습 정권 하에서는 지금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와 당 주도의 군중시위가 행해지고 있다. 군중을 동원한 카드섹션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이 북한이기도 하다.

교회가 이와 유사한 대규모 군중집회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군사문화의 유산 때문이다. 우리의 패러다임은 아직도 한국교회의 성장기와 군사정권의 발흥기의 교집합 안에 갇혀있다. 또 자본주의 산업사회가 강제하는 대량생산의 욕구와 숫자를 통해 통계학적 성장을 꾀하는 금융자본주의의 패러다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회마다 다음세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실질적인 고민이 아니라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고민이다. 아이들을 군중의 형태로 보고 집단(교회나 집회)에 귀속시키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진정성을 잃게 된다. 군중은 사람의 개성이 말살된 집단의 형태다. 군중은 교회의 대규모 집회에 참석할 때 자기의 고유성을 버릴 것을 강요받게 된다.

현대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포스트모더니즘이다. 각자가 고유성을 인정받고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다. 군중집회는 시대의 이러한 패러다임으로부터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다. 수많은 억압 기제로 상처받는 아이들을 대규모 군중집회에 불러 세우는 것으로 다음세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는 없다. 지금은 아이들의 고민과 상처, 문제들 속으로 들어가야 할 때다. 교회는 예루살렘 성전처럼 한 곳에 붙박이로 고정되어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강요하는 ‘기관’이 아니다. 아픔과 슬픔, 질병과 배고픔이 있는 갈릴리 사람들의 일상으로 들어가는 통로다. 우리 시대는 예루살렘 ‘성전’이 아니라 갈릴리의 ‘예수’를 갈망한다. 이런 갈망을 이해한다면 아이들을 불러 모아 확성기를 틀어놓고 벌이는 퍼포먼스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김선주 영동물한계곡교회 목사

아이들은 울고 있다. 입시경쟁에 내몰리고 지쳐서 울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두려워하고 있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내면이 텅 빈 채로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다. 하루하루가 우울하고 쓸쓸하다.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마치 침몰하는 세월호에 갇힌 아이들처럼 말이다.

그런데 교회는 이 아이들을 대규모 군중집회에 나와 은혜 받으라고 한다. 교회는 아이들의 말을 듣기보다 가르치려 한다. 아이들의 처지도 모르면서 가르치려 들기만 한다. 아이들이 교회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안 들리는가?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줄까.” 

<영동 물한계곡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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