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물원이 허리케인 어마에 대처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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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물원이 허리케인 어마에 대처하는 방법

입력 2017-09-11 15:12 수정 2017-09-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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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BC뉴스 캡쳐) 허리케인 어마를 대비해 콘크리트 벙커로 대피한 홍학들

미국 마이애미 동물원은 1992년 허리케인 앤드류와 1998년 허리케인 조지스를 겪었다. 그리고 10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어마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상륙했다. 지난 두 차례의 허리케인이 강타했을 때 마이애미 동물원은 동물을 안전하게 대피시키지 못했다. 1992년에는 새장에 갇혀있던 100마리의 새가 죽었다. 홍학 50마리는 지하 화장실로 대피해 목숨을 부지했다.

처참한 교훈은 마이애미 동물원에 대비책을 마련할 기회를 줬다. 허리케인 어마의 상륙을 예상한 마이애미 동물원은 며칠 전부터 동물들을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켰다. 동물들을 다른 지역으로 대피시킬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역시도 동물을 위해서였다. 마이애미 동물원 대변인 론 매길씨는 “동물들은 익숙한 공간에서 억지로 옮겨질 때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이런 스트레스는 동물들에게 굉장히 위험하다”고 했다.

(사진=ABC뉴스 캡쳐) 허리케인 어마를 대비해 보강된 우리로 향하는 치타

(사진=ABC뉴스 캡쳐) 치타 ‘코다’와 ‘디젤’은 허리케인이 지나갈 때까지 함께 지내게 된다

허리케인 어마가 플로리다주로 향하자 치타 ‘디젤’은 빗물로 가득 찬 우리에서 나와 빌딩으로 향했다. 디젤은 허리케인이 지나갈 때까지 다른 동물들과 함께 건초가 쌓인 새로운 우리에서 머물게 된다.

매길씨는 “동물들은 안전한 장소로 대피했고, 비상장치 점검도 마쳤다”고 밝혔다. 동물원은 돌풍이 불면서 무기가 될 수 있는 쓰레기통과 손수레, 삽도 모두 치웠다. 비상사태에 필요한 발전기, 산소 처리·공기 청정 장치도 점검했다.

매길씨는 “이 모든 시스템이 허리케인이 닥친 뒤에도 정상 작동하도록 준비했다”고 전했다.

(사진=ABC뉴스 캡쳐) 1998년 허리케인 조지스 당시 50마리 이상의 홍학들은 화장실로 대피해야 했다.

마이애미 동물원은 1992년 허리케인 앤드류를 겪은 뒤 큰 피해를 당했다. 냉장고 시설을 갖춘 트럭이 날아가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동물원 최대 규모의 새장이 날아갔다. 당시 새장은 241㎞/h의 속력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그러나 초강력 허리케인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렸다. 새 100마리가 죽었다. 두 번의 허리케인을 겪은 뒤 동물원은 울타리를 강화했고 콘크리트 벙커를 만들었다.

사자, 코끼리와 같은 큰 동물들은 강력한 허리케인을 견딜 수 있는 울타리 안에 그대로 있고, 홍학과 같이 작고 취약한 동물은 콘크리트 벙커로 대피했다. 매길씨는 “콘크리트로 만들고 강철로 용접한 벙커”라며 “강력한 허리케인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1998년 허리케인 조지스가 닥쳤을 당시 홍학은 화장실로 대피했었다.

(사진=ABC뉴스) 하얀색 엉덩이를 지닌 인도 독수리가 허리케인을 견딜 수 있는 벙커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미국의 다른 동물원의 재난 대피 계획도 이와 비슷하다. 동물원 직원들은 태풍에 휩쓸릴 수 있는 표지판 등을 없애고 비상용 발전기를 준비한다. 청소 용품이나 먹이도 비축해둔다. 동물원이 자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모든 비상대책을 점검한다.

몇몇 직원들은 허리케인이 닥친 뒤 동물원에서 동물들과 함께 생활한다. 휴스턴 동물원의 최고경영자(CEO) 리 엠크씨는 “15명의 직원이 지난달 허리케인 하비를 견디며 동물들을 지켜봤다”고 했다. 그들은 동물원에서 동고동락했다. 그는 “라디오와 인터넷을 통해 외부인들과 접촉하며 동물들이 적당량의 먹이를 먹고 정확한 식습관을 유지하도록 힘썼다”고 덧붙였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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