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장 예쁜 시절을 갖고 싶다" 제자 성폭행 시인 ‘징역 8년’

국민일보

"네 가장 예쁜 시절을 갖고 싶다" 제자 성폭행 시인 ‘징역 8년’

입력 2017-09-12 13:28 수정 2017-09-12 13:32
취재대행소왱

미성년 제자들을 수년에 걸쳐 여러 차례 성희롱·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인 배용제(53)씨에게 징역 8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는 12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20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배씨는 2012~2014년 경기도 한 고교의 문예창작과 실기교사로 일하면서 미성년 여학생 5명을 성추행·성폭행했다. 배씨는 제자들에게 대학입시에 자신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과시하곤 했다. “내게 배우면 대학에 못 가는 사람이 없다. 나는 편애를 잘하니 잘 보여라” “문단과 언론에 아는 사람 많다. 사람 하나 등단시키거나 문단에서 매장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등의 발언을 했다.

그는 2013년 3월 창작실 안 서재에서 A양에게 “너의 가장 예쁜 시절을 갖고 싶다”며 입을 맞추고 추행했다. 같은 달 지방에서 백일장 대회가 열리자 A양에게 “늦게 끝나니 부모님께 친구 집에서 자고 간다고 말하라”고 한 뒤 창작실로 불러들여 성폭행했다.

다른 피해자 B양에게는 과외를 더 이상 해주지 않겠다며 겁박했다. 배씨는 2013년 9월 “내가 과외를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과외를 그만둬야 할 것 같다”며 B양에게 겁을 준 뒤 입을 맞추고 신체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 

만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2011년에는 학교 복도에서 한 여학생이 넘어지자 속옷이 보인다고 놀리며 성적수치심을 줬다. 학생들을 상대로 “너랑 자보고 싶다”며 성희롱 발언도 일삼았다.

문예창작과라는 특성 상 주로 수시전형을 통해 주로 입시를 준비했던 학생들은 문학계에서 배씨가 갖는 영향력이 두려워 범행에 맞서지 못했다. 수시전형으로 입학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문예창작대회 수상 경력이 중요했고, 실기교사인 배씨에게 출전 학생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배씨의 범행은 지난해 10월 문단 내 성추문 폭로가 이어지면서 드러났다. 배씨에게 문학 강습을 받았다는 학생 6명은 트위터에 ‘습작생 1~6'이라는 아이디로 성폭행 사실을 폭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배씨는 블로그에 “저에게 피해당한 아이들과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속죄와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후 조사 과정에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책임을 회피해왔다.

재판부는 “배씨는 선생으로서 제자인 피해자들이 올바른 인격을 형성하도록 지도하고, 성적 학대로부터 보호할 의무·책무가 있는 사람인데도 학생들을 상대로 지속·반복적으로 성적 학대와 추행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기는커녕 책임을 회피하며 ‘피해자들이 합심해 나를 악인으로 몰고 간다’고 주장해왔고, 이에 피해자들은 엄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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