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아 세이두, ‘여성혐오적 영화 산업··· 웨인스타인 같은 남성들 많아’

국민일보

레아 세이두, ‘여성혐오적 영화 산업··· 웨인스타인 같은 남성들 많아’

입력 2017-10-1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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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배우 레아 세이두가 11일 영국 언론 가디언에 ‘하비 웨인스타인이 내게 달려들었던 밤, 나는 스스로를 방어해야만 했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하비 웨인스타인은 ‘헐리우드계의 큰 손’이라 불리는 영화제작프로듀서이자 영화감독이다. 최근 웨인스타인이 저지른 성추행에 대한 여성 배우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기고한 글에서 세이두는 “저녁 내내 웨인스타인은 내게 치근덕댔다. 마치 나를 고기 부위 보듯 쳐다봤다. 그러더니 자제력을 잃었다. 소파에서 이야기를 하던 도중 갑자기 내게 달려들어 키스하려고 했다. 덩치가 큰 웨인스타인을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고 밝혔다.

이어 웨인스타인은 ‘아니오’를 받아들이는 성격이 아니라고 말했다. 함께 음식점에 갔을 때 남은 자리가 없자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는 하비 웨인스타인이다”라며 화를 낸 일화를 소개했다.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기 좋아하는 그의 성격이 드러났다.

이어 웨인스타인은 여성 배우들과 잠자리를 한 경험을 공공연히 떠벌리고 다녔으며 수년간 레아 세이두에게 “살을 좀 빼면 더 좋아 보일 텐데” 같은 여성혐오적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웨인스타인이 어린 여성을 꼬시려는 모습을 본 것도 수차례라고 말했다.

세이두는 “많은 사람이 웨인스타인이 행실을 알고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역겨운 일”이라고 말했다. “수십 년간 이런 짓을 했으면서도 어떻게 멀쩡히 경력을 이어 올 수 있었는지 믿기지 않는다. 이는 전적으로 하비 웨인스타인이 엄청난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세이두의 글에 따르면 여성 배우들에게 여성혐오적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하비 웨인스타인뿐만이 아니었다. 세이두는 존경하던 감독으로부터 20대 중반에 ‘너와 잠자리를 갖고 싶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어떤 감독은 성행위 장면을 며칠동안 무리해서 촬영한 후 촬영장면을 끊임없이 돌려보며 배우들을 주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감독은 웨인스타인처럼 세이두에게 강제 키스를 시도했다. 세이두가 뿌리치자 미친 사람처럼 화를 냈다고 한다.

세이두는 “여성이 영화계에서 일하려면 힘이 세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남성들을 마주치기가 매우 쉽기 때문이다.” 라며 자신의 영향력을 빌미로 육체적 관계를 요구하는 남성 제작자들을 비판했다.

또한 할리우드가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압박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할리우드 여성 배우들은 30대부터 보톡스를 맞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완벽함을 유지해야만 하는 기형적인 이미지는 결국 전체 여성들을 지배하는 결과를 맞는다고 말했다.

세이두는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라면 여성혐오적인 이 환경에 맞서 싸워야 한다. 왜 수입은 그토록 불평등하며, 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버는 것일까? 지금과 같아야 하는 이유 같은 건 없다” 라며 여성혐오적 영화산업을 비판하고 앞으로의 변화를 독려했다.


레아 세이두는 2013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정도로 세계적인 배우다. 하지만 ‘웨인스타인 성추행’과 관련하여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세이두가 유명한 재력가 집안의 ‘금수저’라는 것이다.

세이두는 프랑스 고몽 영화사 최고 경영자인 니콜라스 세이두의 증손녀이자 미디어 기업 파테의 회장 제롬 세이두의 손녀이다. 세이두의 아버지는 드론 업체 패럿의 창립자이자 루부탱 대주주 헨리 세이두이다.

이러한 경제적 기득권 계층의 레아 세이두마저 성추행 경험이 수차례 있다는 것은 영화 산업 내의 성추행 피해가 만연하다는것의 방증이다.

웨인스타인의 성추행을 폭로한 기네스 펠트로, 안젤리나 졸리, 레아 세이두는 비교적 든든한 배경을 가진 여성 배우들이었다.

‘그나마 이러한 여성들만이 웨인스타인의 추행에 반기를 들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고 현재 이 사태에 대해 폭로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라는 추측이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전파되고 있다. 아직 폭로에 동참하지 못한 피해 여성들이 매우 많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젠더폭력은 흔히 ‘권력의 차이로 인해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생기는 성폭력’을 의미한다. 레아 세이두를 비롯해 많은 남성 배우들로부터 ‘웨인스타인이 영화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문제를 알고도 누구도 쉽사리 나서기 어려웠다’는 것을 고려해 보았을 때 웨인스타인은 영화계에서 젊은 여성 배우와 자신 권력의 차이를 이용해 성폭력을 휘둘렀다고 할 수 있다.

민다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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