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말기암 김 할머니의 전 재산 ‘29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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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말기암 김 할머니의 전 재산 ‘2900만원’

입력 2017-10-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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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희 할머니(오른쪽)와 정창곤 계장(왼쪽).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가진 전부를 내 놓은 할머니 한분이 계십니다. 올해 81세인 이 할머니는 27일 아픈 몸을 이끌고 유언공증을 했습니다. 20년 전 남편과 사별 뒤 생계가 막막하던 시절 도움을 준 이웃과 약속한 전 재산인 집을 기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부산에 사는 김순희 할머니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 할머니는 말기암 환자이기도 합니다. 2년 전 대장암과 소장암을 발견해 수술 했으나 최근 간으로 전이된 상태입니다. 더 늦기 전에 20년 전 약속을 지키겠다며 전 재산인 2900만원 상당의 다세대주택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합니다.

김 할머니는 경북 풍기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언니 오빠 등 7남매가 뿔뿔이 흩어졌고, 김 할머니는 노점으로 생계를 꾸리며 지냈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20년 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할머니는 생계가 막막해졌습니다. 이때부터 보수동 주민센터 공무원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할머니는 이 공무원 덕분에 ‘굶어죽지 않았다’고 고마워했습니다.

이 공무원은 김 할머니가 자식보다 가깝게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보수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었던 정창곤 계장입니다. 그는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후에도 김 할머니가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집을 찾곤 했습니다.

김 할머니는 정 계장을 ‘고마운 사람’이라고 입버릇처럼 부릅니다. 그에게 “내가 죽을 때 꼭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김 할머니는 “더 이상 미루다가는 내가 마지막으로 딱 하나 하고 싶었던 유산기부를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다”며 전 재산인 집을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내놓았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만'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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