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엄마, 나도 기증할래” 마지막 꿈 이루고 떠난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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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엄마, 나도 기증할래” 마지막 꿈 이루고 떠난 아들

입력 2017-10-30 11:57 수정 2017-10-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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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로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이 어머니 나카네 신타로씨에게 줬던 손편지. “엄마가 좋아요”라고 적혀 있다. 요미닥터 홈페이지

일본의 초등학교 6학년생 히카루(가명)는 유독 다큐멘터리를 좋아했다. 히카루는 새 삶을 얻은 장기기증 수혜자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며 눈시울을 붉히던 가족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약 뇌사 상태에 놓이면 장기를 기증할 거예요.” 히카루의 꿈은 오래 전부터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다. 장기기증은 아이답지 않은 결심이었지만 부모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히카루는 유도에 심취할 만큼 건강했다.

이별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어느 날 히카루가 목욕하던 욕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어머니는 다급하게 욕실로 들어갔고, 의식을 잃고 쓰러진 히카루를 발견했다. 히카루의 심장은 구급대에 의해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입원한 지 일주일이 되던 날. 히카루의 뇌파측정기 곡선은 평행선을 그렸다. 부모는 의사에게 물었다. “혹시 뇌사입니까.” 의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기기증은 히카루가 부모에게 마지막으로 말한 ‘꿈’이었다. 부모는 히카루의 뜻을 따르겠다고 결심하고 의사에게 장기기증을 신청했다. 수술대에서 마지막 꿈을 이루고 병실로 돌아온 아들은 마치 잠을 자는 것처럼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힘껏 껴안았다. 아버지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열심히 했구나”라고 속삭였다.

이제 부모에게 꿈이 생겼다. 히카루로부터 새 삶을 얻은 환자들의 건강한 삶이 그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의학전문지 요미닥터는 29일 뇌사자의 장기기증을 인정한 ‘장기이식법’ 시행 20주년을 맞아 히카루의 어머니 나카네 신타로(39)씨를 만났다. 세계적인 의료대국 일본도 장기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요미닥터는 “법령 시행 20주년을 맞은 이달까지 뇌사 장기기증자가 475명으로 집계됐다. 여전히 기증자와 수혜자 사이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2007년부터 15세 미만 어린이가 뇌사 판정을 받을 경우 장기기증을 인정하도록 장기이식법을 개정했다. 최근 7년 사이 뇌사 어린이 장기기증자는 15명. 히카루는 그 중 한 명이다.

신타로씨는 “지금도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저 아들의 꿈을 이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타로씨는 요미닥터와 인터뷰에서 여러 어린이를 살린 아들의 선행을 선뜻 공개하지 않길 원했다. 아들의 이름도 말하지 않았다. 기사에는 ‘빛나다’는 뜻을 가진 일본식 이름 히카루(ひかる)를 신타로씨 아들의 가명으로 사용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만'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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