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뛰쳐나와 텍사스 총기난사범 겨눈 ‘시민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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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뛰쳐나와 텍사스 총기난사범 겨눈 ‘시민 영웅’

입력 2017-11-0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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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투데이, AP뉴시스

여느 일요일 아침과 다름없이 소파에 누워 잡지를 읽고 있던 스티븐 와일포드. 교회에서 총기난사가 일어났다는 딸의 한 마디에 그는 맨발 그대로 집 밖으로 뛰쳐나와 교회로 향했다. 범인을 발견한 그는 작은 트럭 뒤에 몸을 숨긴 뒤 총을 쐈다. 방탄조끼로 무장한 범인은 총을 맞고는 휘청였고 차를 타고 도망쳤으나 숨졌다. 사건 후 시민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는 와일포드는 “저는 영웅이 아닙니다”라며 “더 빨리 갔어야 했다…”는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배관공이자 숙련된 소총수인 55세 스티븐 와일포드는 현지 경찰들에게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 데빈 캘리가 침례교회에서 나올 때, 와일포드는 교회 바깥에서 범인을 알아보고는 총을 겨눴다. 

와일포드는 USA투데이에 “내 가족은 4대가 모두 서덜랜드 스프링스 주변에 살고 있고, 그들의 안전이 걱정됐다”며 딸의 전언에 집 밖으로 단숨에 달려나간 이유를 설명했다. 교회에 다다르자 “굉장히 빠르게 총을 쏘는 소리가 들렸다”는 그는 “의미 없는 총소리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겨냥한 소리였다”고 밝혔다.

“교회에서 나오는 범인과 눈을 마주쳤다”는 그는 “작은 트럭 뒤로 몸을 숨겨 총을 쐈다”고 전했다. 와일포드는 “제대로 겨눴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적어도 한 발은 방탄조끼를 뚫었다”고 말했다. 휘청이며 차를 몰면서 도망치던 범인은 유리창을 통해 와일포드에게 총을 쐈다. 곧 창문이 깨지자 와일포드는 또다시 범인을 향해 총을 겨눴다. 고속도로를 타고 도망치려는 범인을 잡기 위해 와일포드는 그를 쫓았다. 이 추격전에서 그를 도운 또 다른 영웅이 있었다.

AP뉴시스

범인이 달아나자 와일포드는 주변에 주차된 트럭 한 대와 운전자를 발견했다. 그는 운전자에게 “저 사람이 교회 사람들을 쐈다. 그를 멈춰야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운전사 조니 랑젠도르프는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사건이 발생한 교차로에 차를 세웠다. 남성 2명이 서로 총을 쏘는 것을 봤고, 한 명은 시민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총기난사범이 차를 타고 도망가자 한 남성이 다가와 그를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내가 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빠른 속도로 도망치는 범인을 잡으려 이 둘은 144㎞/h의 속력을 내며 달렸다. 범인은 곧 힘을 잃은 듯 멈춰 섰고 이미 사망한 뒤였다. 두 남성은 범인의 총기를 뺏은 뒤 경찰에 신고했다. 약 5분 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며 상황은 종료됐다. 범인은 3발의 총에 맞은 흔적이 있었다. 한 발은 다리에, 한 발은 몸통에, 마지막 한 발은 머리에 꽂혀있었다. 

USA 투데이

와일포드의 용감한 이야기가 알려지자 시민들은 그날 저녁 그를 둘러 안으며 기도하고, 흐느껴 울었다. 사건이 종료된 뒤 줄곧 와일포드 곁을 지켰던 사촌 론 레오나드는 “그는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좋은 사람이다”라며 “언제든 입고 있던 옷도 벗어줄 사람”이라고 전했다. 이어 와일포드가 “영웅이라는 반응에 어색해하고 있다”며 취재진의 사진 세례를 한 차례 거부하기도 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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