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리폼’하는 강광자 사모 “고운 옷 입은 ‘말씀’ 청와대 다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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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리폼’하는 강광자 사모 “고운 옷 입은 ‘말씀’ 청와대 다녀왔어요”

입력 2017-11-10 15:14 수정 2017-11-1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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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 주향교회 강광자 사모가 성경의 낡은 가죽케이스를 싸매기 위해 꽃무늬 헝겊을 들어 보이고 있다. 뒤편 책장엔 책갈피용 리본과 액세서리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왼쪽은 새옷으로 갈아입은 성경들. ‘쪽성경’도 눈에 띈다. 평택=신현가 인턴기자

성도들의 손때가 묻긴 했지만 그래도 교회에서 가장 깨끗해 보이는 낡은 가죽케이스의 성경을 골라 꽃무늬 헝겊으로 ‘리폼’했다. 새것 같았다. 리폼한 성경과 함께 ‘코르사주(코사지)’를 만들어 검정 고무신 앞부분에 붙였더니 예쁜 꽃신이 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리폼 성경과 검정 꽃신은 상자에 넣어졌고 어디론가 보내졌다. 수신자는 청와대 안주인 김정숙 여사. 과연 이 물건은 김 여사에게 잘 도착했을까.

경기도 평택 주향교회 강광자(52) 사모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요”라고 말했다. 강 사모는 성경을 리폼하고 검정 꽃신을 만든 주인공이다. 지난 7일 교회 3층에 위치한 사택에서 이용섭(54) 목사와 강 사모를 만났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여성 목사님 부탁을 받고 만들게 됐어요. 김정숙 여사님과는 대학 때부터 친구였대요. 지난 시간 고생한 친구에게 뭔가 격려의 선물을 하고 싶었는데, 그때 생각난 게 성경이었대요. 해진 표지만 교체하면 될 것 같아서 제게 리폼해 달라고 하셨죠. ‘이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님과 여사님이 예수님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단숨에 만들었어요. 그런데 며칠 뒤 목사님께서 대통령비서실에서 ‘공직의 신뢰와 청렴성을 높이기 위해 마음만 받고 선물은 돌려보낸다’는 서신과 함께 물건이 반송됐다며 연락을 주셨어요. 우리가 어리석은 일을 했다, 창피하다며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요.” 부부는 당시를 떠올리며 한바탕 웃었다.

평택 주향교회 예배실 입구에 비치된 리폼 성경들. 이용섭 목사, 강광자 사모가 활짝 웃고 있다. 평택=신현가 인턴기자

사택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벽면 가득 채워져 있는 헝겊, 리본, 액세서리 등의 재료들이다. 강 사모는 늦은 밤에 주로 작업한다. 한 책상에서 남편은 말씀 준비를 하고 아내는 성경을 리폼한다.

2015년 교회학교에 비치된 낡은 성경들을 헝겊으로 싸면서 이 일을 시작했다. “성경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아이들을 교육하는데, 눈에 들어온 성경들은 표지가 낡아 부스러기가 막 떨어지고 지저분하더라고요. 아이들용 성경을 교체하고 교회 성도님들 성경도 리폼해드렸지요.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강 사모는 이렇게 만든 성경을 ‘내 사랑 성경’이라 불렀다. 첫해에 20권, 지난해에 46권, 올해만 134권의 성경을 리폼했다. 청와대에 갔다온 성경은 올해 50번째로 만든 거였다. 모두 무료 제작이다.

“돈을 벌려고 한 일이 아닌데요. 지금까지 200권 정도 성경을 리폼하면서 지퍼가 안 잠기는 실수를 딱 세 번 했어요. 무료니까 웃어넘길 수 있죠. 시간에 쫓기듯 작업하지 않아도 되고요. 무엇보다 돈이 안 들어요. 헝겊 한 마를 끊으면 4000원이에요. 그걸로 10권 정도 만들 수 있어요. 성경에 새로 부착하는 리본 책갈피 재료도 동생한테 그냥 받았고요. 전 재밌게 작업하는데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하니 미안해서 부탁을 못하시더라고요. 가끔 과일이나 채소, 봉투에 돈을 넣어주시는 분도 계세요.”


유치원 교사였던 강 사모는 젊었을 때부터 손재주가 있었다. 18년 전 평택에 교회를 개척한 뒤에는 지역주민, 성도들과 함께 뜨개질을 하고 리본핀, 인형, 가방 등을 직접 만들어 전도용으로 활용했다. 할머니들이 즐겨 신는 검정 고무신에 우연히 리본을 붙였더니 예뻐서 검정 꽃신도 만들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여는 바자회를 위해 이들 작품을 기증하기도 한다. 올해도 검정 꽃신 30켤레와 리본핀 등을 만들어 바자회 물품으로 전달했다.

그는 성경을 리폼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조용히 앉아 말씀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 사랑 성경’의 주인을 위해 중보기도를 할 수 있으니 더없이 소중하다. 쉴 새 없이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는 두 손을 보면서 강 사모는 하고 싶은 일도 계획한다.



“88세 되신 우리교회 권사님은 심방을 갈 때마다 누워서 그 무거운 성경을 들고 읽고 계셨어요. 그래서 제가 신구약 12권으로 쪼개서 얇게 ‘쪽성경’을 만들어 드렸어요. 그때 권사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셨는 줄 아세요? ‘이 성경책 때문에 더 오래 살고 싶어.’ 시골교회 어르신들의 성경을 그렇게 교체해드리고 싶어요.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으실 수 있도록 ‘쪽성경’을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강 사모는 부담 갖지 말고 언제든 낡은 성경을 교회로 보내달라고 했다. 주향교회 주소는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견산 1길 24’. 진짜 무료로 교체해주신다. 평택=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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