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연구소] 우리 집 ‘댕댕이’ 입맛은 왜 까다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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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연구소] 우리 집 ‘댕댕이’ 입맛은 왜 까다로울까?

입력 2017-1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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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거주하는 이승헌(21)씨는 사료를 가리는 강아지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매 끼니마다 밥그릇 세 개에 ‘사료 뷔페’를 차린다. 두 가지 사료를 번갈아서 먹던 강아지가 요즘 맛이 없는지 새로 사온 사료에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거부할 때가 있어 ‘댕댕이’ 입맛 맞추는 게 하루의 시작이 됐다. 

김채은(23)씨의 말티즈 두 마리는 밥그릇에 담아둔 사료보다 갓 뜯은 봉지에 담긴 사료를 좋아한다. 무조건 새 밥을 좋아하는 강아지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한 끼 용으로 개별 포장된 사료를 사서 먹이기 시작했더니 요즘 밥을 더 잘 먹는다. 우리 집 반려동물의 입맛, 왜 이렇게 까다로울까?

(사진=독자 제공) 진희원씨는 비만견인 강아지에게 다이어트 사료와 일반 사료를 섞어서 지급한다. 하지만 진씨의 반려견은 매번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다이어트 사료를 골라낸다.

“발 냄새 나는 사료 좋아해요”
반려동물도 ‘입맛’이 있다. 강아지는 1700개의 맛을 느끼는 세포(미각세포)를, 고양이는 473개의 미각세포를 지니고 있다. 인간은 대략 9000개다. 인간에 비해 맛을 음미하거나 비교하는 감각은 훨씬 둔하지만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듯 반려동물도 모두 다른 음식 취향을 갖고 있다.

뛰어난 후각을 지닌 강아지와 고양이가 ‘맛있는 음식’을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냄새다. 강아지는 사람 발 냄새와 비슷한 향이 나는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개들이 좋아하는 사료를 개봉해서 냄새를 맡아보면 주로 발효된 듯한 냄새가 난다. 건사료 보다 더 강한 향을 지닌 습사료(캔사료)를 선호하는 반려동물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 고양이는 시큼하고 비릿한 냄새를 좋아한다. 식감에도 예민한 고양이는 주로 알갱이 형태가 다양하고 바삭한 식감을 내는 제품을 선호한다. 전북대학교 수의대 박철 교수(사료공정심의위원회 심의위원)는 “똑같은 사료도 오래 두면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한 끼 용으로 포장된 사료가 훨씬 더 기호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김채은씨 반려견의 특이한 취향을 설명했다.

후각 테스트를 마친 반려동물은 미각을 동원해 좋아하는 사료를 찾는다. 강아지는 단맛을, 고양이는 신맛을 좋아하는데 개들이 중독된 사료를 보면 주로 달달한 맛이 난다. 자연에서 자라난 강아지들은 처음부터 단 음식을 찾진 않는다. 하지만 주인이 달달한 사료를 주기 시작하면 맛을 학습해 지속적으로 단 음식을 찾게 된다.

(사진=독자 제공) 이준재씨는 반려묘 '루비'에게 줄곧 한 가지 사료만 지급해왔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고양이가 밥을 남기고 잘 먹지 않아 사료를 새로 사서 먹이고 있다. 루비의 입맛이 "진짜 까다롭다"는 이씨는 "참치 캔, 닭 가슴살, 구운 연어 모두 건들지도 않는다"며 "사람 음식 중엔 빵 종류만 좋아한다"고 말했다.

“같은 음식만 먹으면 질린답니다”
반려견·반려묘가 유난히 특정 사료만 고집한다면 영양 불균형을 우려해봐야 한다. 박 교수는 “심장병, 피부질환, 소화 질병 등으로 동물병원을 찾는 반려동물 중에 특정 사료만을 먹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사료는 비슷한 성분으로 배합돼 있는 경우가 많아 같은 사료만 먹이면 특정 영양소의 결핍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기호성이 높은 사료는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단맛, 신맛이 많이 가미돼 성분 배합이 적절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또 사람도 한 종류의 음식만 계속 먹으면 질려서 먹기 힘들 듯이 반려동물에게도 다양한 사료를 주는 게 좋다. 반려동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라도 사료를 주기적으로 바꿔주는 게 좋겠다.

또 원료 배합 등이 자신이 키우는 개·고양이의 특성과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크기, 품종, 나이, 운동 강도, 질병 유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주인이 임의로 사료를 급여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형견에게는 적절한 골격과 근육 발달에 도움이 되고 에너지를 공급해 줄 수 있는 사료가 필요하다. 생후 10~12개월 이전의 강아지와 고양이에게는 지방 등 열량이 높고 작은 알갱이로 구성된 사료를 지급해야 한다.

뉴시스

‘표준사료등급’ 믿어도 되나요?
반려동물에게 좋은 사료를 선택하기 위해 유기농, 홀리스틱, 프리미엄 등으로 나뉜 ‘표준사료등급’을 참고하는 주인이 많다. 하지만 이런 사료 등급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박 교수는 “사료에 등급을 써서 파는 경우가 많지만 공식적인 기준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확히 어떤 원료가 들어갔는지는 사실 파악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사료 공정은 표준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서 공유되는 '표준사료등급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온라인상에서 퍼진 표준사료등급표는 원료의 품질이나 영양 균형을 생각하지 않은 ‘사료 원료에 따른 분류’에 가깝다.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 역시 동물 사료를 규제하고 최소권장 영양기준 등을 정할 뿐 등급을 정하진 않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사료 포장지에 적힌 등급은 공인되지 않은 마케팅 전략”이라며 소비자들이 광고 문구만 보고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를 요하고 있다. 따라서 사료 포장지에 적힌 문구나 등급을 맹신하지 말고 영양 성분과 구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보호자들은 사료의 원료보다는 영양 구성, 비율, 반려동물의 몸집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7대 영양소의 비율과 방부제 성분 함량을 확인하고 나트륨, 단백질 등의 과다 섭취와 그로 인한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 또 영양 불균형이 일어나지 않게끔 반려동물이 다양한 사료를 번갈아 가면서 섭취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사진=독자 제공) 윤소림씨의 반려견 '솜이'는 취향이 없다. 윤씨는 "솜이는 다 잘 먹고, 못 먹는 것도 먹으려 한다"며 "오히려 계속 먹으려 하는 게 문제다"고 전했다.

반려동물 사료에 ‘유기농 인증제’ 도입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2년 9000억원에서 2015년 1조8000억원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료 수입량 역시 2014년 3만2000t에서 2016년 3만9000t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사료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 인증기준이 없어 소비자 권리와 사료 관리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6월 반려동물용(개, 고양이) 유기사료 인증제를 도입했다. 가축용 유기사료에 한정됐던 비식용유기가공품 인증 제도에 수요가 많아진 반려동물용을 추가한 것이다. 인증된 업체는 유기농 인증 마크를 부여받는다. 유기농 사료로 인증을 받으려면 가축용 유기사료 일반요건을 준수하고, 유기적으로 생산된 원료·유기가공식품 제조용으로 허용(GMO 제외)된 식품첨가제 및 가공 보조제만을 사용해야 한다.

이 제도는 올해부터 실시됐으나 아직까지 공식 인증을 받은 업체는 없다. 외국 유기 인증을 받은 제품의 표시 사항 역시 내년 12월31일까지 유예해 반려동물 유기농 사료로 인증받은 제품을 보기 위해선 최소 내년 말까지 기다려야 한다.

유기사료 인증제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 교수는 “반려동물 사료와 원료 관리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어려운 만큼 ‘살충제 계란’ 사태를 낳을 수도 있다”며 “인증 기준만 맞추는 식의 제도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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