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폐지 할아버지'의 폐지 다 산 편의점 사장님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폐지 할아버지'의 폐지 다 산 편의점 사장님

입력 2017-11-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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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를 줍다 길을 잃은 할아버지를 다정하게 대해준 편의점 사장님의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습니다. 11일 한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편의점)에 들어오신 할아버지 한 분과 나눈 대화로 시작하는 긴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는 목말라하시던 할아버지에게 물을 나눠드린 뒤 폐지를 줍다가 너무 먼 길을 걸어오신 할아버지가 집에 안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드린 사연이 담겼습니다. 그는 가게 앞에 수북이 쌓인 폐지와 깡통 꾸러미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할아버지가 경찰차에 재활용품을 담을 수 없다는 걸 아시고 그냥 걸어가겠다고 하자, 할아버지의 폐지를 샀다고 합니다. 어르신 손에 2만원을 쥐여드리고 받은 폐지와 깡통 꾸러미, "제가 다 감사하다"는 댓글이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다음은 11일 MLB파크에 올라온 '좀 전에 제 가게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이란 제목의 글 전문입니다.

할아버지 한분이 가게로 들어오셨는데 얼핏 봐도 뭘 사러온 건 아닌것 같아 보였습니다.

"손님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아 저..물 좀 마실수 있을까요?"

"판매하는 생수는 저쪽에 있습니다"

"......"

보통 편의점에서는 생수 판매를 위해 식수는 제공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께서 돈이 있는것같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카운터 뒤에서 종이컵 하나를 꺼내어 제가 마시는 물을 한컵 따라드렸는데 목이 얼마나 마르셨는지 허겁지겁 들이키시더군요.

한컵 더 따라드리니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며 다 드십니다.

그러면서 ㅇㅇ중학교 어디에 있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잘모르겠다고 하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며 '꼭 가야하는데' 하고 중얼거리십니다.

그러면서 밖으로 나가시는데 마음이 편치 않더군요.

따라나가보니 폐지가 가득 실린 조그만 자전거 한대앞에 쪼그려 앉아계십니다.

자전거 손잡이에는 빈캔을 담은 비닐꾸러미가 매어져있구요.

"할아버지. 그 ㅇㅇ중학교 왜가셔야돼요?"

"박스 주으러다니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길을 잃어서..."

폐지 주으러 돌아다니시다 너무 멀리까지 오신 모양입니다.

"잠깐만 계셔보세요"

하고 스마트폰으로 그 할아버지가 이야기한 중학교를 검색해봤는데 이건 멀어도 너무 먼겁니다.

"할아버지. 거기서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어요?"

"그냥 왔는데 여기가 어딘줄을 모르겠네.."

제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같아 가까운 지구대에 전화를 했습니다.

할아버지 한분이 길을 잃으셨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니 알겠다고 하시고 2분만에 경찰차가 도착했습니다.

경찰관께 간단히 상황 설명드리니 경찰분이 할아버지께 성함 나이 주소 등을 묻는데 할아버지께서 치매가 있으신지 대답을 잘 못하십니다.

본인 나이도 모르시고 이름도 까먹으시고...

경찰관 두분도 난감해하십니다.

다시 주소를 물어보니 처음 이야기했던 중학교가 아닌 그나마 좀 가까운 아파트 이름을 말씀하십니다.

동이랑 호수는 모르고 아파트 이름만...

한참 그러다가 밖이 추워서 제가게 안에서 다시 취조?ㅋ

겨우겨우 본인 이름 기억해내시어 경찰이 전화로 경찰서에 확인해 주소까지 알아냈습니다.

이제 다 끝났구나 싶었는데 이 할아버지께서 폐지 실린 자전거를 놔두고 갈수가 없다고 하십니다.

경찰관이 일단 집에 모셔다 드릴테니 들어가시고 내일 찾으러 오라고 이야기하는데 여기 어딘지 몰라서 못 찾아온다고 그냥 본인이 끌고가신다고 합니다.

경찰차에 그 박스가 가득 실린 자전거는 도저히 실을수가 없어서 또 난감해집니다.

박스를 내려놓고 자전거만 트렁크에 싣고 가면 어떠겠냐고 하니 본인께서 고생해서 모은 폐지를 놔두고 가지를 못하겠는지 그냥 자전거 끌고 혼자 가시겠답니다.

이 추운 날씨에 상당히 먼거리이고 자전거에 실린 폐지의 무게도 상당해서 아직 청춘?인 제가 끌기에도 무거운데 도저히 무리입니다.

아무리 설득해서 안되겠길래 제가 가게로 들어가 카운터에서 만원짜리 두장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할아버지. 이 박스 저한테 파세요. 어차피 이거 다른데로 팔러가셔야 하잖아요."

하고 2만원을 손에 쥐어드렸습니다.

옆에 계신 경찰분들도 얼른 돈받고 파시라고ㅎ

"어이구 무슨 돈을..." 하시며 결국 저에게 그 박스들을 파셨죠.

경찰분들이 자전거에 실린 박스랑 캔을 제가게 옆에다 내리시고 자전거는 경찰차에 실으셨습니다.

경찰분들이 저에게 고맙다 인사하시고 저도 고생 많으셨다 인사드리고 할아버지께 조심히 잘 들어가시라 인사드리고 마무리 되었네요.

잘들어가셨을테죠?

인터넷에 견찰 견찰 하는 소리 많은데 이렇게 친절하게 잘 도와주시는 경찰분들이 더 많은 거 같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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