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살려줘요!” 에어포켓 생존자와 해경, 긴박했던 통화

국민일보

“여보세요! 살려줘요!” 에어포켓 생존자와 해경, 긴박했던 통화

입력 2017-12-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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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인천 영흥도 낚싯배 ‘선창1호’ 전복사고 당시 생존자와 구조당국 간 긴박했던 통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7일 공개됐다. 해경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심모(31)씨와 친구 2명 등 3명이 뒤집힌 배 안에 만들어진 ‘에어포켓’에서 2시간43분을 버티며 구조를 요청하는 긴박했던 상황이 담겨 있다. 해경은 11차례 통화 중 수사 관련 내용을 제외한 6차례 통화내용만 공개했다. 총 통화시간은 1시간30분가량이다.

선창1호가 급유선 명진15호와 충돌한 건 오전 6시5분이었다. 충격 탓에 선창1호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하지만 조타실 아래는 물에 완전히 잠기지 않고 숨을 쉴 수 있는 ‘에어포켓’이 형성됐다. 심씨는 곧바로 해경에 연락해 구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해경이 사고 직후부터 약 27분간의 초반 통화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구조를 요청했다는 사실만 확인된다. 이후 심씨는 오전 6시32분 7차 통화(2분26초) 때까지 해경이 도착하지 않자 자신의 위치가 담긴 GPS 전송을 제안한다.

심씨: 빨리 좀 와주세요.

해경: 예예. 빨리 가겠습니다. (빨리 좀요)

심씨: 아니면 위치 우리 위치를 보내드려요? 못 찾으면.

해경: 위치요? 예 위치 한번 다시 알려주시겠어요.

심씨: 핸드폰으로 보내드릴게요.

해경: 핸드폰으로 보내주신다는 말씀이죠.

심씨: 전화번호를 모르니깐 우리가.

해경: 제가 핸드폰으로 문자를 드릴게요. 그 번호로 문자를 주시겠어요.

오전 7시가 다 되도록 구조가 되지 않자 심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살려 달라”며 다시 전화를 건다.

심씨: 여보세요. 살려줘요.

해경: 명진호가 선생님 배에 다 왔거든요.

심씨: 그게 아니라 해경이 와야지.

해경: 저희 다 왔거든요 선생님. 지금 3명 갇혀 있는거 인지하고 있고요. 저희 다 왔고 인근 어선도 다왔고 바로 구조하겠습니다. 구조 준비중 에 있습니다.

소방119: 선장실 아래 있다는 거에요.

해경: 선생님 선수 부근에 머리부분에 있다고 하셨잖아요. 여보세요. 선생님 인천해경입니다. 여보세요.

해경이 심씨의 위치를 확인하지만 심씨는 물 속에서 겨우 숨을 쉬고 있었고, 휴대전화 연결도 좋지 않았던 탓에 통화가 원활하지 않았다.

소방119: 신고자분 들리시면요. 구조할 수 있게 계신 곳을 두들겨주세요.

해경: 저희가 선창1호 타신 곳에 모여있거든요. 선생님 계신 곳에 소리를 내면 저희가 바로 가겠습니다. 여보세요.

심씨: 여보세요.

해경: 여보세요. 들리세요.

심씨: 3명이 갇혀 있어요. 선수 쪽으로 와서 바로 구해주세요.

심씨는 오전 7시9분 9번째 전화를 걸지만 곧 끊어진다. 그러다 3분이 지난 오전 7시12분(3분39초간)쯤 10번째 통화에서 “선수에 갇혀있다” “숨을 쉴 수 없다”며 사력을 다해 구조요청을 계속했다.

해경: 선생님 제 말씀 들리시나요.

심씨: 들려...

해경: 저희가 바로 옆에 있거든요. 구조 준비하고 있습니다.

심씨: 저기요, 선수에 갇혀있어요. 잠수부 불러야 돼요.

해경: 저희 10분 후면 도착하거든요. 구조대팀이 잠수 준비 다해가지고 가고 있습니 다.

심씨: 3명이에요.

해경: 선생님 저와 통화 가능하시면 물이 얼마까지 차셨어요.

심씨: 많이 찼어...

해경: 가슴까지 차셨어요. 3명 다 괜찮으시죠. 호흡 의식 있죠.

심씨: 숨 안쉬어져요.

해경: 저희 구조대 다 왔어요. 특수잠수요원 준비해서. 경비정 바로 옆에 있거든요.

선생님 3명 계신다고 했잖아요. 심OO 선생님이고, 나머지 두 분은 어떻게 되세요.

심씨: 이OO 정OO

해경: 이렇게 3분 계신거예요. 선체 두드리고 계신거죠.

심씨: 네

해경이 공개한 마지막 통화는 오전 7시42분(59분59초) 이뤄졌다. 사고 발생 이후 1시간37분이 지난 시점이다. 심씨와 해경 간의 대화에서 뒤집힌 배 안에서 호흡하기 어려워진 상황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해경: 심OO 선생님 제 말씀 들리시나요. 여보세요. 저희 구조대가 도착했는데 확인되시나요?

심씨: 여보세요.

해경: 네네.

심씨: 선수...

해경: 네 선수. 선수.

해경: 우리 구조대가 잠수작업 중인데 아직 발견 못한 게 맞습니까? 지금 선수 쪽으로 갔거든요.

심씨: 숨을 못 쉬겠어요.

해경: 숨을 못 쉬겠어요? 선생님 지금 저희 구조대가 지금 잠수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겠어요? 선수, 선수 쪽으로 잠수하고 있습니다. 저희 타격소리가 들리시면요, 선생님도 같이 응답을 해주시고, 이 소리 선생님이 치시는 건가요?

심씨: 네.

심씨는 숨쉬기조차 어려운 환경에서도 해경의 안내에 따라 선체를 연신 두드리며 구조 신호를 계속 보낸다. 그러면서 자신이 있는 선실 내부의 위치를 상세히 알려주며 구조를 기다린다.

해경: 저희 구조대 소리 아직 못 들으셨어요? 구조대에도 지금 타격소리 내며 가고 있거든요. 선생님께서 그 선실까지 그 안쪽까지 아예 들어가신 건가요? 아니면 선수 부근에 계신 거에요?

심씨 : 선실 그 안에.

해경 : 그 배 운전하고 하는 그 안까지 들어가신 거에요? 아니면 승객들 대기하는 그쪽에 계신 거에요?

심씨 : 안쪽

해경 : 배 외부가 아니라 안쪽에 선실 안까지 들어가 계신 거에요? 제일 안쪽. 선생님들 원래 낚시어선 타시면 대기하시는 장소 있잖아요. 거기 계신 게 맞으신가요? 선생님? 여보세요? 제가 방금 말씀드리는 거 인지하셨어요? 선생님 승객들 대기하는 장소 거기 계신게 맞는가 해가지고요.

사고 발생 2시간이 되도록 심씨는 구조되지 못했다. 배 주변에 그물과 낚싯줄이 뒤엉켜 진입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의 목소리에도 절박한 심정이 묻어난다.

해경: 선생님 조금만 힘내주세요. 조금만요. 혹시 들리세요?
심씨: 안들려요... 1시간 반 됐는데.
해경: 선생님 시간이 많이...
심씨: 1시간...됐는데 이따구로 해요?
해경: 지금 구조대가 계속 그 쪽으로 진입해서 선내 수색을 하고 있거든요. 안쪽에 계시다보니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계속 들어가고 있습니다.
심씨: 쿵쿵쿵쿵

해경은 구조가 늦어지자 심씨에게 “지금 물이 빠지는 시기”라며 안심을 시킨 뒤 힘을 더 내라며 계속 통화를 시도한다.

해경: 선생님 숨 좀 천천히 쉬시구요. 조금만 천천히 숨을...지금처럼... 진짜 잘하셨어요. 지금처럼만 조금만 버텨주시면 바로 구조될 수 있거든요.
해경: 선생님 잠수부가 계속 찾고 있는데 타격소리 혹시 내실 수 있겠어요?
심씨: 네.

구조가 계속 늦어지자 심씨는 “전화한 지 두시간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계속 선체를 두드린다. 마침내 오전 8시41분 특수구조대원들이 선체 외벽을 사이에 두고 심씨 일행을 발견하자 심씨는 온힘을 다해 선체를 두드린다.

심씨: 여기요 여기!
해경: 선생님 찾으셨어요? 소리가 들리세요? 저희 구조대?
심씨: 말소리 말소리
.........
해경: 저희가 알기로는 물이 빠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 얼마까지 차 있으세요?
심씨: 물이 좀 빠진 거 같아요.
해경: 그렇죠? 물이 좀 빠졌죠? 물은 더이상 안 찰거고 선생님이 힘만 좀 내주시면 더이상 물은 안 차니까 금방 될 것 같은데...
심씨: 산소를 넣었다고? 여기요! 쿵쿵쿵쿵...
심씨: 너무 추워.

이후 선실로 진입한 특수구조대원들은 오전8시48분 심씨 일행 3명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사고 발생 2시간43분 만이었다. 하지만 이날 전복사고로 탑승객 22명 중 15명은 사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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