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고마워요, 손 잡아줘서” 마포대교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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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고마워요, 손 잡아줘서” 마포대교에서 생긴 일

입력 2017-12-21 17:50 수정 2017-12-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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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DB

“저녁까지 먹고 마포대교로 갔더니 아마 열시쯤 됐던 것 같아요. 그냥 그렇게 하염없이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여자 한 분이 급하게 뛰어오셨어요. 급한 일이 있나보다 했는데, 제 옆에서 멈추셨어요.”

지난 20일 S대학교 대나무숲에 가슴 뭉클한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자신을 ‘며칠 전 마지막 하루를 계획하며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리려 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실제로 대나무숲에는 지난 17일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왔었는데요. 사연의 주인공인 A씨는 다음날 진짜 마포대교로 향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 벌어진 일을 담담히 적었습니다.

“여성분은 ‘대숲’에서 봤다고, 혹시 그분이 맞느냐고 하셨어요.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사실 조금, 아니 많이 당황했어요. 제가 글을 올리긴 했지만 설마 직접 누군가 오실 줄은 몰랐거든요.”

마포대교에 서 있던 A씨에게 달려온 여성은 같은 학교 학생이었습니다. 대나무숲에서 A씨의 글을 보고 걱정이 된 나머지 마포대교를 찾은 거죠. 여성은 A씨에게 핫팩을 하나 건네더니 아무 말 없이 옆에 서 있었습니다. 잠시 뒤엔 갑자기 자기 소개를 하며 “늦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어요. 우리는 철저히 남인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뭐가 다행이냐고. 그랬더니 정말 환하게 웃으시면서 ‘어제까진 남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냐’고. 사실 이게 제 질문이랑 무슨 상관이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여성은 울고 있는 A씨의 곁을 묵묵히 지켰습니다. 어느 정도 눈물이 잦아들자 여성은 24시간 카페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밤새 긴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여성이 마포대교를 찾은 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A씨의 글이 올라온 당일에도 밤늦게 마포대교를 왕복했죠. 여성은 대나무숲에 A씨를 찾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어제 당신을 만나러 마포대교에 갔었다”며 “그냥 당신이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연락 달라”는 내용이었죠

“사실 아직도 살아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손을 잡아주셔서 고마워요. 제 세상은 어둡지만 당신의 세상은 항상 밝게 빛나기를 원해요. 제 세상은 이미 어그러졌지만 당신의 세상은 항상 아름답기만을 바랄게요.”

A씨는 거듭 자신을 위해 달려와준 여성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이 글은 1000번이 넘는 공감을 얻으며 확산됐습니다. 이런 사연을 공유해줘서 고맙다며 글쓴이를 응원하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A씨가 썼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습니다. 당신의 세상이 앞으로 밝게 빛나길 원해요. 당신의 세상이 항상 아름답길 바랄게요. 꼭, 그럴 거예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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