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얘기 들어주는 것만으로 때론 큰 위로…그게 주께 이끌 계기 되기도

국민일보

[예수청년] 얘기 들어주는 것만으로 때론 큰 위로…그게 주께 이끌 계기 되기도

한국기독청년협의회 남기평 총무

입력 2017-12-22 14:31 수정 2017-12-2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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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신앙인 그에게 매주 교회에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과였다. 할머니는 어린 손자가 목사가 되길 바라며 서원기도를 드렸다. 그 뜻에 따르기로 했다. 감리교신학대를 마친 뒤 유학도 다녀오고 교회를 개척하거나 청빙 받아 목회하는, 보편적인 목사의 길을 갈 것을 계획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조금 다른 길 위에 서 있다.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21일 만난 남기평(33)씨 이야기다. 목사안수를 받았지만 교회에서 전임사역을 하고 있지 않다. 현재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EYCK) 행정 등을 총괄 담당하는 총무로, 비정규직 실업 대출 등 청년 관련 이슈의 동향을 살피고 교회가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직분이다.

남기평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가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인터뷰를 갖고 청년 관련 이슈에 대해 한국교회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처음 신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사회운동을 하는 선배들을 보고 많이 놀랐어요. 이질감이 느껴져 무섭기도 했죠. 찬송을 부르고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나만의 신앙을 가꿔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에는 다른 이들을 정죄하고, 남의 신앙을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생각은 친구와의 특별한 경험을 통해 변했다. “고등학교 때 교회를 떠났던 친구를 성인이 돼서 다시 만났는데 그 녀석이 ‘자기 이야기 좀 들어 달라’며 술을 마시고 싶다고 했죠. 내키지 않았어요. 술자리에 가는 것 자체가 죄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마시지 않는 조건으로 술집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줬어요. 그 친구는 심장에 난치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한참 이야기하더니 그 친구가 갑자기 교회에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남 총무는 함께 근처 교회에 갔고, 친구의 완쾌를 위해 같이 기도했다. “너무 신기하게도 그 이후 친구의 병세가 호전됐습니다. 그때 깨달은 게 있습니다. ‘누군가를 함부로 정죄하거나 평가하지 말자.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될 수 있으며 그것이 주님 앞으로 인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자연스럽게 사회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소연할 곳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다. 진로를 고민하던 중, 청년들의 권리신장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독교대한감리회 청년전국연합회에서 일할 자리를 찾았다. 그곳의 총무를 거쳐 EYCK 총무까지 맡게 됐다.

1976년 창립한 EYCK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기감,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각 교단의 청년회 전국연합회에서 파송한 총대 등으로 구성된다. 빈민, 여성 등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고, 한국교회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 EYCK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아시아기독교교회협의회(CCA),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남기평 총무가 지난달 열린 NCCK 제66회 정기총회 청년사전대회에서 데나리온 뱅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제공

EYCK가 최근 주력하는 사역 중 하나가 지난 3월 창립한 ‘데나리온 뱅크’다. 청년자조금융 제도로 소액의 출자금으로 협동조합 등을 조직하고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청년들에게 무담보무이자대출, 소액대출 등을 한다. 남 총무는 “청년들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당장의 생활을 위해 대출을 받는 이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직업을 구하기도 어렵고, 직업이 있어도 월급이 적거나 무분별한 소비를 하기 때문이죠.”

데나리온 뱅크에서는 청년들에게 ‘갑작스레 필요한 생활비’ ‘신앙인으로 꿈을 준비하기 위한 비용’ ‘여행·교육 등을 위한 비상금’ 등을 명목으로 대출해준다. 합리적 소비를 위한 재무교육도 하고 있다. 남 총무는 “돈이 아니라 관계를 중심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이자와 상환방법 등을 대출을 의뢰한 청년과 의논해 정한다”고 설명했다. 조합원이나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이용 가능하다.

EYCK는 한국교회의 청년세대 감소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남 총무는 청년들이 직접 교회의 정책을 다루는 현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기성세대들은 청년을 나이 먹은 청소년처럼 생각합니다. 때문에 청년부나 대학부 등을 교회학교 과정에 넣기도 하죠. 상당수 청년들은 교회 내 팽배한 권위주의와 자신들을 배재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실망 때문에 교회를 떠납니다. 청년들을 어엿한 성인 평신도로 인정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청년세대의 감소는 절대로 막을 수 없습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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