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치매 아내 조수석에 태워 다니는 택시기사 사연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치매 아내 조수석에 태워 다니는 택시기사 사연

입력 2017-12-25 11:21 수정 2017-12-2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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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뉴시스. 오른쪽은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가족과 함께하면 더 좋은 게 연말입니다. 지지고 볶고 싸워도 곁이 있어 주는 건 가족밖에 없죠. 크리스마스와 12월 31일 등 특별한 날이 오면 가족과 그저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누군가 아파도, 생업에 찌들어도 힘이 들어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니까요.

25일 인터넷에는 어려운 환경에도 서로를 꼭 붙든 한 가족의 사연이 올라와 네티즌의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둔 23일 ‘빈 차’ 불이 들어온 택시를 탔던 한 여성의 사연입니다. 이 여성은 택시 조수석에 누가 앉아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가족이다”는 기사님의 말을 들고 그러려니 했는데, 조수석 뒤편에 붙은 종이쪽지를 보고 그 상황을 단번에 이해했다고 했습니다.

‘앞자리에 앉은 사람은 알츠하이머(치매)를 앓고 있는 제 아내입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그랬습니다. 기사님은 아픈 아내를 두고 나올 수 없어 조수석에 태우고 일을 했던 것입니다. 기사님은 운행하는 동안 승객에게 “산타 할아버지가 며칠에 선물을 주냐”고 물으며 또 다른 가족을 생각하고 계셨다고 합니다.

다음은 한 커뮤니티에 23일 “택시를 탔는데”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연 전문입니다. 이 사연은 캡처돼 여러 커뮤니티로 퍼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택시를 탔어요. 분명 빈차 떠 있는 거 보고 뒷자리에 올라탔는데 앞에 조수석에 사람이 있는거에요. 깜짝 놀라서 ‘어머 앞에 사람이 계셨네요. 빈차인줄 알았는데’라고 내려야 하나 어째야 하나 하는 찰나에 기사님이 ‘괜찮다고 빈차맞다’고 하시는데 전 순간 이래도 되나 했거든요. 기사님은 가족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가보다 제대로 앉으니 앞에 이런 게 (붙어 있었어요.)








이해가 되시죠? 짧은 거리인데 기사님과 아내분의 대화가 있었어요. 기사님은 집에 빨래를 널고 나올걸 그랬다며 당신이 헹궈서 널 수 있겠냐 하시고 조수석 아내분은 철 없는 아기마냥 할줄 모른다 그런 거 안한다고 앙칼지게 ‘싫어’ 하시고. 투덕거리면서도 기사님은 계속 말 걸어주시고 차를 저기로 돌걸 그랬네 중얼중얼 하시고요. 중간에 핸드폰 바탕화면에 아기들 세명이 있었어요. 그걸 보여주시면서 산타 할아버지가 며칠에 선물을 주시냐며 물으시데요. 손주분들 선물을 생각하시는가봐요. 뭘 사줘야 좋겠냐 물으셨죠. 금방 내렸지만 음 크리스마스때 이 늙은 부부의 모습을 보니 아무리 밉고 같이 사네마네 죽고 못사네 해도 평생 늙어서 남을 내 옆구리는 원수같은 남의 편이구나 이 생각이 떠오르더라고요. 에고 괜스레 이런저런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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