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숙려기간’ 거쳐야 유기견 내주는… 입양카페 ‘리본’의 철학

국민일보

한달 ‘숙려기간’ 거쳐야 유기견 내주는… 입양카페 ‘리본’의 철학

입력 2017-12-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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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 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유기견. 사진 = 이현지 인턴기자

“버려진줄 몰라요. 잠깐 기다리라 하고 주인이 가면 믿고 기다려요”
“개 5천 마리 안락사시키면서 개 공장서 강아지 생산하는 나라”
“이곳은 천국이에요.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해주세요”

'반려견 놀이터'에서 뛰어 놀고 있는 유기견들. 사진 = 이현지 인턴기자

“왈왈!”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동구 유기동물 입양 카페 ‘리본(Reborn)’ 센터에 들어서자 갈색 푸들 한 마리가 짖었다. 카페 공간 옆에 있는 ‘유기견 놀이터’에는 8마리 남짓한 강아지들이 쫄래쫄래 돌아다니고 있었다. 인터넷에 ‘리본’ 센터를 검색하니 아직 개소한 지 얼마 안 돼 위치와 전화번호가 나오지 않았다. 내심 걱정했지만 물어물어 센터에 들어서자 꽤 많은 사람이 유기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반려견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유기견들. 사진 = 이현지 인턴기자

리본 센터 1층 카페 풍경. 사진 = 이현지 인턴기자

서울 강동구청은 지난달 24일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카페형 유기동물 입양센터 ‘리본’을 만들었다. 3층으로 된 건물의 1~2층은 카페와 유기동물센터로, 3층은 교육장으로 쓰인다. 최대 20마리까지 개별 수용이 가능한 센터에 지금은 10마리 정도 유기견이 보호받고 있다. 하루 평균 한 마리씩 유기견이 구조돼 들어온다.

다시 태어난다는 뜻의 ‘리본(Reborn)’은 입양을 통해 유기동물이 새롭게 태어나고 교육을 통해 반려동물과 주인을 다시 묶어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강동구의 유기·유실 동물을 일정 기간 보호하고, 안락사에 앞서 입양자를 찾아보자는 게 센터의 취지다. 견주와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기초 소양 교육 ‘서당개’와 반려동물 행동전문가 양성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 리본 센터를 찾는 사람들

센터 1층의 유기견 놀이터에서 강아지들과 한참을 놀다 나온 A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리본 센터를 찾은 터였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데 가족 반대가 심해 애견 카페에 자주 간다는 그는 SNS에서 리본 센터를 알게 됐다. “애견 카페에 가보면 강아지들이 간식 같은 게 있어야만 사람과 교감하고 딱 그 때뿐”이라며 “여기 와보니 강아지들이 사람의 애정을 느끼고 싶어서 들어서는 사람마다 반긴다. 너무 안쓰러웠다. 앞으로도 계속 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태어난 지 50일도 안 돼 버려진 믹스견 삼남매. 사진 = 이현지 인턴기자

A씨는 버려진 믹스견 3남매에게 특히 마음이 간다고 했다. 태어난 지 50일도 안 된 강아지 3남매는 이사하는 주인에 의해 한꺼번에 버려졌다. A씨는 “버려지는 이유를 봤더니 너무 일반적이었다. 학대를 당한 경우도 있지만 이사하느라 버려진 경우, 그냥 문 열어놓고 나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아무렇지 않게 버려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유기견들이 모여 있는 곳은 환경이 안 좋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리본 카페가 그런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줄 것 같다. 이렇게 깨끗한 환경의 유기견 시설이 정착되면 강아지는 사는 게 아니라 데려오는 것이란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오후 4시, 3층에서 진행되던 ‘반려동물행동전문가 양성교육’이 끝나자 수강생들이 우르르 1층으로 내려왔다.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이 교육은 일주일에 세 번, 하루 4시간씩 6개월간 진행된다. 저렴한 가격에 전문 교육을 제공해 수강신청 단계부터 경쟁률이 꽤 높다.

반려동물 행동전문가 양성 교육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수강생들. 사진 = 이현지 인턴기자

이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B씨는 센터를 찾을 때마다 유기견 놀이터에서 뛰노는 강아지들이 안쓰러워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강아지는 주인이 잠깐 기다리라 하고 가면 버려진줄 모른다”며 “예쁘다는 이유로 입양한 뒤에 아프거나, 자기가 생각했던 모습과 다르다고 버리는데, 강아지들은 주인을 믿고 기다린다. 생각을 많이 하고 키워 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어 “반려견 자체가 사람에게 좋은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많다. 유기견에 관심 없는 분들도 여기에 와 보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B씨와 함께 이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C씨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천국”이라며 “의도도 좋고 유기견을 입양할 수 있는 통로도 자연스럽게 잘 만들어져 꼭 많은 분이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개체 관리 카드(왼쪽)와 학대를 받다가 구조된 진돗개(오른쪽). 목이 매달린 채로 구조된 이 진돗개는 여성 주인에게 학대를 당해 여성만 보면 짖는다. 사진 = 이현지 인턴기자

◇ “누가 위탁보호소까지 찾아가 유기견을 입양하겠나”

센터에서 만난 강동구 일자리경제과 최재민 동물복지팀장은 매년 안락사를 당하는 5000마리의 유기 동물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센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에 1만 마리 정도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그중에 53%가량이 20일 만에 안락사를 당한다. 위탁 보호소로 보내기 전에 이런 입양센터에서 15일 정도 데리고 있으면 안락사당하는 아이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유기견 안락사가 이뤄지는 유기동물 위탁보호소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는 경기도 양주시에 있다. 서울에서 차로 가면 편도 2시간, 왕복 4시간이 걸린다. 개 소음과 악취 때문에 민가가 없는 지역에 지어져 접근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유기견을 입양하려는 사람도 대부분 어디에서 입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최 팀장은 “누가 양주 위탁보호소까지 찾아가 안락사 앞둔 유기견을 입양하겠나. 그런 환경 때문에 더욱 입양률이 낮아지고 안락사만 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구는 유기견 입양시설이 가까운 곳에 있으면 입양률도 자연스레 올라갈 거라고 봤다. 리본 센터를 만들기 위해 전국의 보호소를 다니며 유기동물 실태를 조사했다. 결론은 기존 입양센터 방식을 완전히 탈피해 새로운 입양절차와 독특한 색깔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기 동물 입양 카페 '리본' 센터 전경. 사진 = 이현지 인턴기자

◇ 유기견과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리본(Reborn)’

리본 센터는 신고가 들어와 유기 동물을 구조하면 협력 동물병원에 데려 가서 검사부터 받는다. 이상이 없으면 센터에서 보호하며 입양을 기다리게 된다. 누군가 유기견을 보고 입양 의사를 밝히면 한 달간 ‘숙려 기간’을 준다. 입양은 전적으로 입양자 의지에 달려 있다. 센터는 한 달 동안 입양자가 유기견에게 얼마나 지속적이고 꾸준한 관심을 보이는지 모두 기록한다. 숙려기간이 지나도 입양 의사가 변하지 않으면 입양식이 진행된다. 입양 후에는 5주 동안 반려견과 견주가 함께 서로를 알아가는 교육을 받는다.

주인이 이사를 가면서 버려진 3남매 믹스견 중 두 마리. 사진 = 이현지 인턴기자

최 팀장은 숙려 기간을 갖는 이유에 대해 ‘충동적 입양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소식 날 와서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이 분이 일주일 지나 연락해보니 안되겠다고 했다. 감성적으로 유기견 입양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 ‘예쁘다. 키울까?’ 하다가 얼떨결에 입양하면 결국 포기하고 만다. 입양했다가 포기하지 않도록 입양 전에 포기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견을 처음 집에 들이게 된 사람들은 강아지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원칙이 필요한데, 대부분 어떤 원칙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모른다. 리본 센터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반려견과 견주가 함께 수강하는 행동교정 프로그램 ‘서당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유기견을 입양하는 사람은 서당개 수업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서툰 당신의 개. 반려동물 행동교정 교육 '서당개' 4기 졸업 앨범. 사진 = 이현지 인턴기자

최 팀장은 “센터에 들어온 유기견은 기본적으로 성격에 조금씩 문제가 있다”며 “이 아이들에 대해 정확히 모르면 견주가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5주간의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개를 입양시키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유기견에게 적합한 주인을 찾아주자는 취지”라고 했다.

◇ 유기견과 반려동물… 사회적 문제들

최 팀장은 “우리나라가 반려동물 1000만 시대라는데 사회적 시스템은 전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년에 5000마리를 안락사 시키면서 개가 부족하다고 개 공장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며 “리본 같은 유기견 입양시설이 지자체별로 하나씩만 있어도 펫샵은 장사가 안 될 것이고, 개 장사가 안 되면 불법 개공장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에서 개들을 너무 쉽게 팔 수 있도록 용인한 것이 유기견 문제의 원인”이라고 했다. 최 팀장은 “동물판매업을 하면서 생명을 취급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자격이 필요하다. 펫샵 주인들은 한 마리라도 더 파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잘못된 정보를 계속 소비자에게 알려준다. ‘얘는 순하다’ ‘얘는 얼마 안 큰다’ 그런데 사실 세상에 순한 개 없고 안 무는 개 없고 안 크는 개 없다”라고 말했다. 또 “생명을 손쉽게 사고팔면 생명이 소중한지 모른다. 쉽게 사니 파양도 쉽게 한다. 키울 개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알고 충분한 숙고를 거쳐 입양해야 책임감 있게 개를 키울 수 있다”고 당부했다.

리본, 당신을 기다리는 곳. 사진 = 이현지 인턴기자

센터에서 유기견을 관리하고 있는 손민지씨는 “뉴스나 기사로 접하고 오는 분들, 아니면 ‘입양해 볼까?’ 하시는 분들이 직접 보고 입양을 결정하려고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꼭 강동구민이 아니어도 누구나 입양이 가능하니 많이 찾아오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입양을 차근차근히 진행해 남은 아이들도 모두 좋은 가정을 찾아주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손씨는 “유기동물이지만 모두 소중한 생명”이라며 리본 센터의 슬로건을 꼭 써 달라고 부탁했다.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리본 센터의 유기견. 사진 = 이현지 인턴기자

“유기 동물이었지만,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이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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