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간암 아버지께 내 간을”… 형제의 ‘아름다운 경쟁’에 생긴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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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간암 아버지께 내 간을”… 형제의 ‘아름다운 경쟁’에 생긴 반전

입력 2018-01-0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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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간암 재발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위해 서로 간을 떼어주겠다며 ‘아름다운 경쟁’을 벌인 형제의 효심이 화제다.

김철주(62)씨는 지난 9월 간암이 재발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2007년 간암 진단 이후 치료에 전념에 완치 판정을 받은 지 10년 만의 비보였다. 김씨는 모계(母系) 수직 간염 보균자여서 더 이상 암 절제는 힘들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간 이식 수술만이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이를 전해들은 김씨의 아들 민배(36)씨와 성환(34)씨가 서로 아버지에게 간을 떼어드리겠다고 나섰다.

동생 성환씨는 “아버지의 간암 재발 가능성에 평소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녀를 둘이나 둔 형이 힘든 수술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형 민배씨는 “내가 간 이식을 해드리겠다”며 동생을 만류했다. 그는 “동생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올림픽을 한 달 앞둔 지금 수술로 인해 미래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환씨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심지어 형제 모두 간 이식 수술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아 ‘경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럴 때 반전이 일어났다. 형제 모두 간의 크기가 일반 성인 남성보다 작아 한 사람 것만으로는 수술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간은 성인 남성 기준 전체의 65%만 이식이 가능하다. 최소한 35%는 남아 있어야 회복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형제의 간은 65%를 뗄 만큼 충분히 크지 않았다.

결국 형제는 서로 간을 조금씩 떼어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형제는 지난 19일 오전 8시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2명이 1명에게 간을 기증하는 동시 이식은 전체 간 이식 수술의 10% 정도로 흔한 사례는 아니다. 세 부자의 수술은 보통의 간 이식 수술보다 8시간 더 걸린 22시간 만에 끝났다.

형은 전체 간의 45%를, 동생은 35%를 떼어냈다. 지난 28일 퇴원해 함께 몸조리를 하고 있다. 민배씨는 31일 “평소 무뚝뚝하시던 아버지가 수술이 끝나고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자마자 종이를 찾으시더니 ‘사랑해’라는 글자와 ‘하트 모양’을 그리신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 치료 중인 아버지가 하루라도 빨리 건강을 되찾으시는 게 새해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만'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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