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일 기자의 교회 톺아보기] 통일운동과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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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일 기자의 교회 톺아보기] 통일운동과 한국교회

입력 2018-01-0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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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친 이들의 희생으로 얻은 값진 결실입니다. 어쩌다 얻은 행운이 아니죠. 1980년대 말까지 국내에서 유일했던 교회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여러 분야에서 협력했습니다.

세계 교회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신장, 산업선교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가 고르게 성숙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했었습니다. WCC는 매년 적지 않은 기금을 한국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재정적 지원은 1990년대 중반까지도 지속됐습니다. WCC라는 든든한 배경은 한국기독교가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NCCK는 목요기도회와 금요기도회, 구속자석방기도회를 필두로 수많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정권의 치부를 들춰냈습니다. 전두환정권엔 눈엣가시였던 한국기독교계는 통일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그러던 중 국제적인 프로젝트까지 기획하게 됩니다. 분단 후 처음으로 남북의 교회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계획을 하게 됩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WCC와 서울의 NCCK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기독교 국제기구를 연결해 비밀리에 소통하며 결국 1984년 10월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시 도잔소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정의에 관한 협의회’를 엽니다. 역사에 ‘도잔소 회의’로 기록된 이 협의회는 당초 ‘한반도 통일협의회’였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동북아시아 평화 문제로 확장하자는 공감대 속에 최종 명칭이 정해졌습니다. 아쉽게도 당초 참석이 확실시됐던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 대표들이 불참하고 서신만 보내왔습니다.

그럼에도 이 협의회는 1986년 9월 스위스 글리온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독자협의회’, 이른바 ‘글리온 회의’를 잉태합니다. 이 협의회에선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교회 대표들이 만났고 성찬식까지 합니다. 북한의 기독교인이 제대로 된 신앙인이냐는 논란은 여전히 있지만 전쟁으로 갈라진 남북의 기독교인이 성찬식을 했다는 사실은 깊은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이 만남은 훗날 ‘한반도에큐메니컬포럼’으로 정착됩니다. NCCK와 조그련, WCC와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가 참여하고 있는 포럼은 어려움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남북의 평화를 위해 작은 물꼬를 튼 한국기독교는 1987년 6월항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선봉에도 섰습니다. 30여년이 지난 2018년 새해를 맞이하는 요즘, 단절됐던 남북 간의 소통이 재개되고 있습니다. 수년간 단절된 소통은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지만 남북 사이에 대화가 재개됐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입니다.

한국기독교는 분단된 남과 북의 교회가 대화의 장에서 만날 수 있도록 세계 교회와 협력하며 고군분투했었습니다. 이런 역사를 가진 한국기독교가 바로 이 시점에 다시 세계교회들과 힘을 합쳐 ‘제2의 글리온 회의’를 구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성경은 우리에게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라’(사 2:4)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결국 평화를 노래할 곳은 교회입니다. 통일을 향한 한국기독교의 도전에 기대를 걸어 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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