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검찰인’ 한승진 검사 “설득 비결은 경청과 역지사지”

국민일보

‘따뜻한 검찰인’ 한승진 검사 “설득 비결은 경청과 역지사지”

입력 2018-01-09 19:37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2017 따뜻한 검찰인상’ 수상자인 한승진 대구지검 포항지청 검사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본관 1층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月 200여건 배당 일 속에 파묻혀
79차례 소송 반복한 70대 설득
임관 3년차… 감사편지 9번 받아

“수상 비결이요? 제가 얘기 듣는 걸 좀 좋아하긴 하는데….”

9일 대검찰청의 ‘2017 따뜻한 검찰인상’을 받은 대구지검 포항지청 한승진(33·사법연수원 41기) 검사는 수상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한 검사는 14년 동안 진정·고소를 79차례 반복한 70대 할머니를 4개월간 7차례 만나 사연을 경청했다.

고소인이 제출한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느라 일과시간은 물론 야근과 주말근무까지 감수했다. 한 검사에게 억울한 심정을 털어놓은 할머니는 고소를 취하하고 감사편지까지 보냈다. ‘처벌이 어렵다는 걸 이해했다. 공정하고 친절한 조사에 감사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임관 3년차인 그가 받은 9번째 감사편지였다.

한 검사는 “기록만 봐선 사건을 파악할 수 없으니 (고소인을) 모셔서 얘기를 들어보고, 궁금한 게 있으면 또 모셔서 얘기를 듣다 보니 7번이나 뵀다”며 “못 들은 얘기가 있으면 편지로 적어 보내 달라고 하니 고소인도 ‘검사가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하고 믿음이 생기셨던 것 같다”고 했다.

젊은 검사들은 사건에 파묻혀 지낸다. 한 검사에게도 매달 200여건의 사건이 배당된다. 휴일 없이 매일 6건씩 해결한다 해도 미제 사건이 쌓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와중에 사건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피다보니 연장근무를 피할 수 없었다.

“고소인의 말씀을 밤까지 듣는 경우가 많았어요. 낮 2시에 오셔서 밤 9시에 가시는 분도 있었는데, 중간에 보고할 일이 생기면 잠깐 기다리게 한 뒤 다른 업무를 하다가 또 말을 듣고….”

자료를 보기에도 바쁜 시간에 굳이 시간을 쏟은 이유는 뭘까.

“만약 제가 이 사건을 끝내지 않으면 이분들은 계속 이렇게 (고소·고발을) 하시잖아요. 저는 그게 싫었어요. 이분들이 사건에서 벗어나 행복하고 긍정적인, 희망찬 삶을 사시길 원했거든요.”

한 검사는 경청과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설득의 비결로 꼽았다. 그는 “고소·고발을 반복하는 분들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큰 경우가 많다”며 “다른 사람들은 중간에 얘기를 끊거나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저는 끝까지 들어주는 걸 좋게 보신 것 같다”고 했다.

한 검사를 만난 민원인 중엔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수사 결과에 승복했고, 감사하다는 편지까지 보냈다. 한 고소인은 편지에 “모두가 외면하던 제 말을 한 검사는 진정으로 경청해줬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적었다.

한 검사는 “높은 지위에 올라가는 것보다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며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검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검사들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전 10시30분 시상식을 위해 새벽 KTX를 타고 온 젊은 검사는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다시 포항지청으로 돌아갔다.

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많이 본 기사

포토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