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 국도 따라… 세찬 바람과 거친 파도의 뜨거운 생동감

국민일보

31번 국도 따라… 세찬 바람과 거친 파도의 뜨거운 생동감

포항·경주 동해안 드라이브

입력 2018-01-1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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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감포읍 오류리 송대말 등대 앞 바다에 떠오르는 아침 해가 갈매기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우리나라 동해안을 따라가는 도로로 7번 국도가 유명하다. 강원도 고성에서 경북 포항까지 내달린다. 이 도로는 포항에서 31번 국도에 해안선을 넘겨준다. 31번 국도는 겨울철에 찾아야 제맛이다. 바다와 바짝 붙어 달리며 거센 바람과 거친 파도로 생동감을 안겨준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세찬 바람과 으르렁거리는 사나운 사자처럼 갈기를 세우고 맹렬하게 달려드는 파도는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그 속을 유유히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군무가 황홀함을 더한다.

출발점은 포항 호미곶의 끝인 구만리 ‘까꾸리계(구포계·鉤浦溪)’다. 31번 국도에서 조금 벗어난 925번 지방도에 있지만 빼놓고 갈 수 없는 곳이다. 포항 일대에서 가장 바람과 파도가 거칠기로 이름을 날리는 곳이다. 풍파가 일 때 청어 떼가 해안까지 떠밀려 나와 갈고리로 찍어 잡았다고 해서 이름을 얻었다. 구포계의 ‘갈고리 구(鉤)’자가 이를 대변해준다. 해안가에 날개를 접고 앉은 독수리 형상의 기묘한 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구만리에 얽힌 전설이 있다. 옛날 이곳에 살던 마고 할멈이 종종 영덕 축산에 다녀오곤 했다. 영덕까지는 길이 멀고 험했다. 그래서 영일만에다 돌다리를 놓고자 했다. 구만리에서 축산까지의 바다는 평소에도 파도가 셀 뿐 아니라 물도 깊었다. 마고 할멈은 물살이 잔잔한 날을 택해 구만리 앞바다에서 돌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치마폭에 큰 바위를 싸서 열심히 운반했으나 날이 새는 바람에 완성하지 못했다. 이렇게 다리를 놓으려고 운반한 바윗돌이 구만에서 축산을 향해 일직선으로 바다 밑에 이어져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를 교석초(矯石礁)라고 부른다.

해질 무렵 경주시 양남면 수렴리 앞바다에 잠수함처럼 떠 있는 군함바위 주변에 갈매기 떼가 몰려 있다.

까꾸리계 앞바다 암초 지대인 ‘교석초’는 거친 바람과 높은 파도로 악명 높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너울이 그 바위에 부딪혀 일어나는 흰 파도가 선명하다. 구한말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을 능지처참하면서 시신에서 잘라낸 왼쪽 팔을 여기에다 수장했을 정도다. 1907년 일본 수산실업전문학교 실습선이 높은 파도에 좌초하면서 교관 1명과 학생 3명이 사망했다. 조난 기념비가 까꾸리계에 서 있다. 멀리 보이는 수중등대가 외롭다.

가꾸리계에서 남쪽으로 바로 이어진 곳이 한반도 동쪽 땅끝 해맞이 명소 호미곶이다. 호미곶에는 근대식 등대가 우뚝하다. 일본 실습선 좌초 사고를 계기로 등대시설 공사가 1908년 4월 11일에 시작됐다. 등대는 11월 19일 완공돼 12월 20일에 점등했다. 등대의 높이는 26.4m, 둘레는 하부 24m, 상부 17m다. 16마일 해상 밖까지 등불이 보인다. 인천 팔미도 등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등대다. 등대 옆에는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이 있다.

구룡포를 지나면 곧 장길리 복합낚시공원이 나온다. 이곳에 보릿돌섬이 있다. 바다 위 암초이자 돌섬이다. 포항시가 낚시공원을 만들면서 보릿돌섬을 잇는 교량을 놓았다. 바다 위로 길게 놓인 교량도 독특하지만 암초 위에 미끈하게 올라앉은 건축물이 눈길을 끈다. 다리 난간에서 내려다보는 맑고 짙은 푸른빛의 바다도 감동적이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어 장기면 신창리에 닿으면 해안가에 솟아있는 바위 ‘일출암’이 반긴다. 단단한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육당 최남선은 이곳 일출을 ‘조선 10경’ 중 하나로 꼽았다.

일출암을 벗어나 남쪽으로 내려서면 곧 경주다. 경주의 첫머리 감포읍 오류리에 일출로 유명한 곳이 있다. 송대말(松臺末) 등대다. 송대말은 소나무가 많은 육지 끝부분이라는 뜻이다. 바닷가로 툭 튀어나온 땅과 그 위에 울창한 송림이 한눈에 들어온다. 200년의 세월은 거뜬히 넘겼을 듯한 아름드리 해송 150여 그루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송림 끝 바다 쪽에 송대말 등대가 있다. 2개의 등대가 나란히 서 있다. 등대의 역사는 1933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0년 개항한 감포항은 동해남부의 중심 어항으로 제법 큰 항구였다. 이 항의 위치와 항 입구에 널려있는 암초와 장애물 등을 표시하고 연안을 항해하는 선박의 중요한 지표역할을 하는 연안표지로 1933년 감포어업조합은 등간(燈竿)을 만들어 운영했다. 그 뒤 1955년 6월 원형 콘크리트 등탑으로 개량했지만 무인등대였고 1964년부터 유인등대가 됐다. 등대는 2001년 12월 옆자리에 새로 만든 등대에 자신의 역할을 넘겼다. 새 등대는 경주의 특성을 살려 1, 2층은 신라시대 건축양식인 회랑과 맞배지붕의 이견대를, 3∼5층의 등탑은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형상화해 만들었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등대보다 인근 바다 쪽 암초 사이에서 불빛을 밝히는 등대를 송대말 등대라 부르고 있다. 거친 파도를 일으키는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붉은 해가 갯바위 너머로 지나는 어선, 그 배를 쫓는 갈매기들과 어울려 황홀한 풍경을 연출한다.

경주에서 해돋이 해안 경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문무대왕릉과 양남주상절리다. 양북면 봉길리해수욕장 앞 해상 동쪽 200m 지점의 문무대왕릉에서는 매서운 강풍과 함께 2∼3m에 이르는 큰 파도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광경을 수시로 볼 수 있다. 양남면 읍천리에서는 단면의 형태가 육각형의 기둥 모양을 이루고 있는 절리가 부챗살처럼 누워있는 경관을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전망대가 완공되면서 쉽게 접근해 감상할 수 있다.

주상절리에서 멀지 않은 수렴리에 군함바위(학바위)가 있다. 해안가에서 100m가량 떨어진 바다 가운데 수면 위로 떠 오른 잠수함 형상이다. 일출이 아름답지만 일몰 때도 멋진 풍경을 내놓는다. 31번 국도 해안구간은 여기가 끝이다.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31번 국도를 따라 해안을 떠나 울산 시내로 이어진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경주 양남주상절리 전망대(왼쪽 사진)와 포항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보릿돌섬에 조성된 다리와 건축물(오른쪽 사진).

▒ 여행메모
까꾸리계 가려면 포항에서 925번 지방도 이용…
과메기·대게·전복탕 등 군침 도는 味路

수도권에서 까꾸리계로 가려면 중부내륙고속도로→상주영천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를 이용, 포항으로 들어간다. 이어 31번 국도를 타고 가다 약전교 밑에서 925번 지방도로로 갈아탄 뒤 30분쯤 달리면 된다. 내비게이션에서 ‘독수리바위’로 검색하면 된다. 군함바위는 ‘수렴리’를 입력해 찾아가는 게 좋다. 송림과 해안이 어우러진 관성해수욕장 앞에 있다.

현재 포항에서는 꼬들꼬들한 과메기(사진)가 제철이다. 과메기는 본래 청어로 만들었으나 청어 조업이 부진해지자 꽁치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꽁치 과메기는 성인병에 좋다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육안으로도 번들번들하다. 마른 김, 생미역, 실파, 풋고추, 마늘 등과 함께 싸먹다 보면 어느새 쫄깃함이 고소함으로 바뀐다. 구룡포에는 과메기뿐 아니라 대게도 많이 난다.

감포에는 전복탕이 별미다. 제주, 완도, 경남 지방 등에서 나는 말전복과 달리 참전복이다. 해녀가 앞바다에서 직접 딴 싱싱한 전복으로 요리한다. 큼지막한 전복 3마리를 통째로 넣고 여기에 통마늘, 대추를 넣고 한 시간 이상 압력솥에 우려내 국물맛이 일품이다.

포항·경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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