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플피디아] 외통수 된 최흥식의 ‘내기’… 암호화폐 버블 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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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플피디아] 외통수 된 최흥식의 ‘내기’… 암호화폐 버블 터질까

입력 2018-01-12 16:47 수정 2018-01-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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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융감독원장. 국민일보 DB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컴퓨터 언어를 활용해 암호화한 화폐로 탈중앙화를 꿈꿨던 이념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될 신기술을 창조했고, 기술은 도전으로, 도전은 투자로, 투자는 횡재로, 횡재는 열풍으로, 열풍은 광기로 번졌다. 이 광기를 잡겠다고 나선 정부와 제도권 금융시장까지 혼돈에 빨려 들어갔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말했다. “버블이 확 빠질 것이다. 내기해도 좋다”고. 내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 암호화폐는 실체가 없을까

암호화폐는 컴퓨터언어, 즉 코드로 암호화된 통화를 말한다. 가격이 결정되거나 가치가 설명되는 과정에서 반론으로 제기되는 ‘실체가 없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암호화폐는 가상공간에만 저장된다. 손에 잡을 수 없는 무형자산이다. 하지만 주식이나 온라인 콘텐츠처럼 가치를 투영할 수 있는 현품의 포괄적 개념에서 암호화폐는 실물(實物)로 존재한다.

암호화폐는 현금 기반의 통화가 아니다. 목적은 탈중앙화, 운영원리는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구성원(블록)을 사슬(체인)처럼 묶었다는 의미다. 이 블록체인에서 유통되는 통화는 모든 구성원에 의해 기록되고 가치가 증명된다. 이 가치를 훼손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의 컴퓨터를, 적어도 절반 이상을 조작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블록체인은 ‘공공거래장부’ 정도로 표현되지만 사실은 암호화폐만을 위해 개발된 기술은 아니다. 계약 체결과 이행 확인, 콘텐츠 생산과 소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형태의 의사소통이 블록체인에서 가능하다. 올해로 넘어오면서 ‘대장화폐’ 비트코인보다 높은 몸값 상승률을 기록한 이더리움처럼 기술을 집약한 플랫폼형 암호화폐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거래자들이 비트코인 선물상품 가격 변동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AP뉴시스

2. 필패 예고된 ‘내기’… 조금 빨랐던 최흥식 원장의 ‘선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지난 4일 신년사에서 탈중앙화 분산처리 기술 개발을 언급하며 암호화폐에 관심을 보였다.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은 차세대 암호화폐로 ‘톤(TON)’을 개발하겠다며 자금을 불리고 있다. 사진 저작권을 보호하는 지불의 수단으로서 암호화폐를 발행한 카메라 제조업체 코닥은 블록체인으로 구현될 세상에서 재기를 꿈꾼다.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옵션거래소는 지난해 12월 비트코인을 선물상품으로 상장했다. 일본 정부는 앞서 같은 해 4월 자금결제법 개정으로 암호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이 모든 상황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서 앞으로 파생될 기술과 생활환경의 변화를 예측한 ‘투자’로 볼 수 있다. 비트코인처럼 하나의 코인은 앞으로 사라질 수 있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꾸준히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비트코인을 동전 한 닢으로 보는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버블’도 다르게 볼 수 있다. 비트코인 하나(1BTC)의 높은 가격은 센티코인(100분의 1BTC), 밀리코인(1000분의 1BTC)으로 단위를 변화해 쪼개면 줄어든다. 이 단위는 이미 사용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암호화폐 거품의 붕괴를 예고하며 ‘내기’까지 걸었던 최 원장의 선언적 발언을 놓고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서울 중구 빗썸 거래소 전광판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3. 그래도 ‘억제’는 필요하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 추진”을 언급했다. 최 원장의 ‘버블 붕괴 내기’에 이어 나온 박 장관의 ‘거래소 폐지 계획’은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촉발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상화폐 규제 반대’ 국민청원은 12일 오후 4시 현재 10만9892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뒤 ‘30일 동안 20만명 넘게 동의한 청원에 대해 30일 안에 책임 있는 관계자가 답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투자자들과 비투자자는 양분돼 격론을 벌이고 있다. SNS에선 “거품이 명백한 투기시장”이라는 의견과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양론이 충돌했다. 한쪽에선 네덜란드의 ‘튤립버블’, 한쪽에선 영국의 ‘버블액트’가 언급됐다. 튤립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50배까지 치솟은 튤립 가격이 수천분의 1까지 폭락했던 투기 과열 현상을 말한다. 버블액트란 18세기 영국에서 투기를 규제할 목적으로 법인 설립을 의회가 승인했던 법안으로 1825년 폐지됐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의 패착 사례로 인용된다.

한동안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안에 의견을 내지 않았던 정치권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는 논평이나 SNS에서 ‘거래소 폐쇄 반대’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론은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거래소 폐쇄로 자금이 해외로 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같은 날 늦은 오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튿날에는 “공식 입장이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청와대마저 선명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정치권의 이런 혼란은 은행으로 넘어갔다. 정부 특별대책 이전까지 1회용 가상계좌를 거래소에 제공했던 신한은행은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까지 철회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고객들의 항의를 받았다. ‘신한은행 해지’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렸다.

규제의 조율 과정에서 진통이 생길 수 있지만 투기 과열에 ‘억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이견을 달기 어렵다. 암호화폐 시장과 비교되는 주식·부동산의 투기성, 카지노·복권의 사행성, 대부금융의 위험성도 과열되면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금은 반드시 규제가 아니어도 억제가 필요한 수준까지 늘어났다. 이미 수조원 단위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유통되고 있다. 시장을 교란해 차익을 국외로 반출하는 ‘작전세력’, 거액의 수수료 이익만 챙기고 해킹·뱅크런 가능성을 무방비로 노출한 일부 부실 거래소 역시 암호화폐 시장의 여전한 악재로 작용한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암호화폐 버블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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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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