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이강석④]세계新의 날, 그가 적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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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이강석④]세계新의 날, 그가 적은 일기

“스타트 첫발 느렸지만, 부드럽게 탔다”

입력 2018-01-12 19:34 수정 2018-01-1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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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이 2007년 3월 9일 작성한 운동일지. 세계신기록의 순간이 생생히 담겨 있다. 이강석 제공

이강석(33)을 세계랭킹 1위로 만들었던 건 ‘기록의 힘’이다. 이강석은 토리노올림픽을 준비하던 때부터 ‘운동일지’를 기록해 오고 있다. 스타트 첫 발이 늦었는지, 피치가 어땠는지 생생히 남긴 것이 대학노트 분량으로 7권이다.

이강석은 2007년 3월 9일 스스로 작성한 운동일지를 12일 국민일보에 공개했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세계종별선수권대회 500m 2차 레이스에서 34초25의 세계신기록을 달성하며 우승한 날의 기록이다. 세계신기록을 쓴 당시 이강석은 22세의 나이였다. 이강석은 “마지막 곡선주로를 물 흐르듯 빠져나온 경기였다”며 “라이벌이던 일본 선수의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라서 더욱 기뻤다”고 회고했다.

일지에는 터커 프레데릭스(미국)와 달린 그날의 경험이 생생하다. 인코스에서 탔던 1차 레이스는 34초44, 아웃코스에서 출발한 2차 레이스는 34초25다.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숨이 차고 현기증까지 나는 등 긴장됐지만, 워밍업이 끝나자 마음이 가라앉았다고 이강석은 쓰고 있다.

일지에는 “100m 기록이 9.48이었다. 베스트다”라고 쓰여 있다. 이강석이 은퇴의 순간까지도 가장 자랑스럽게 떠올리는 스타트 기억이다. 직선 주로에서 파이팅 있게 피치를 넣었더니, 월드레코드(세계신기록)가 세워졌다고 쓰여 있다.

이강석은 “경기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일지의 문장이 완전히 끝맺어지지 못한 데에도 사연은 있다. 이강석은 “세계신기록을 세운 선수를 축하해야 한다며 행사 일정이 잡혀 있었고, 사람들이 나오라고 성화였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오늘의 은퇴 경기도 일지로 남기겠느냐”고 묻자 이강석은 “‘나의 모든 것을 걸었던 스케이트 인생이었다’고 적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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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이상헌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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