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미사일 날아온다!’ 문자경보에 ‘패닉’… “버튼 잘못 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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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미사일 날아온다!’ 문자경보에 ‘패닉’… “버튼 잘못 눌러”

입력 2018-01-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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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전역에 13일 오전(현지시간) 발령된 미사일 경보. 트위터 캡처

미국 하와이 전역에 13일 오전 8시7분(한국시간 14일 오전 3시7분) 탄도미사일이 날아오고 있으니 즉각 대피하라는 경보가 발령돼 주민들이 한때 공황 상태에 빠졌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발송된 공습경보는 긴급재난관리본부(HEMA) 공무원이 ‘버튼’을 잘못 눌러 발령된 것이었다. 문자메시지에는 ‘훈련이 아닌 실제상황’이란 표현도 들어 있었다. 미국 정부는 공습경보 오발령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하와이주 재난 당국은 휴대전화로 ‘하와이를 향해 탄도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다. 즉각 대피소를 찾아 대피하라. 이것은 훈련이 아니다'라는 내용은 문자메시지를 모두 대문자로 작성해 발송했다. 경보가 발령된 지 13분 만에 리처드 레포사 재난관리본부 대변인은 "잘못 발령된 것이다. 경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와 태평양사령부도 경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알리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즉각 오경보 사태가 보고됐다.

소셜 미디어에는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제이미 맬러핏은 “고객들에게 모든 예약을 취소하고 미용실 문을 닫는다고 문자로 알렸다. 경보 메시지를 보고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다'는 것 외에 다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며 “경보가 잘못 발송됐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공습경보 오발령은 마침 지난달 북한 핵 미사일 공격을 가상한 대피훈련을 실시했던 상황에서 발생해 혼란이 더 컸다. 주민과 관광객 등이 공포와 불안에 떨며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호놀룰루의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던 김영호(42)씨는 연합뉴스에 "갑자기 큰 소리로 알람이 울려 잠에서 깬 뒤 문자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로비로 내려가니 손님들이 일제히 뛰어나와 우왕좌왕했다. 모두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하와이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프로골프(PGA) 소니 오픈 참가 선수들도 혼란을 겪었다. 이 대회에 출전한 콜트 크노스트는 “와이키키 비치의 호텔에서 로비에 내려갔더니 모든 사람이 짐을 싸들고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고 말했다. 골프장 내 호텔에서 아침을 먹던 다른 선수들도 모든 사람들이 경보에 당황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와이 주 당국이 발령한 미사일 경보를 캡처해놓은 스마트폰 화면. AP뉴시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오발령 사태 경위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으며, 민주당에서는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하와이 주에서는 지난달 1일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가상한 주민대피 훈련이 처음으로 진행됐다. 주 정부 비상관리국이 주관한 이 훈련은 작년 11월 북한의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이전에 기획된 것이지만, 화성-15형 미사일 발사로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하와이뿐 아니라 미 전역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

하와이주 스콧 사이키 하원의장은 오전 10시45분 “주 공무원들의 실수로 경보가 잘못 발송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자 발송이 실수였다는 정식 해명은 30여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며 “늑장 대응이 공포와 혼란을 키웠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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