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매달 10일 병원 찾아오는 청년의 정체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매달 10일 병원 찾아오는 청년의 정체

입력 2018-01-26 15:17 수정 2018-01-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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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세상에는 빵 한 조각을 먹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도 많지만, 작은 사랑을 받지 못해서 죽어가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먹고 살기 바빠 주변에 눈 돌려 보듬고 품으며 살 수 없는 각박한 삶 속에서 생면부지 남을 위해 가진 일부를 조심스럽게 떼어주고 가는 보기 드문 청년이 있습니다.

여기, 작지만 큰 사랑을 기꺼이 내어놓은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말 믿기 힘든 사람을 만났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부산에 있는 대학병원 원무팀에서 근무하는 29살 평범한 여성”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10일마다 병원에 찾아오는 한 청년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지난해 7월 10일 처음으로 이 청년이 병원에 찾아왔습니다. 나이는 20대 중반정도로 보였습니다.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아마 갓 입사한 신입사원 정도 됐을 겁니다. 키도 크고 외모도 훈훈해 분명히 기억이 난다고 했습니다. 한참을 주저하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습니다.

“기부를 좀 하고 싶은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많은 돈은 아닌데.. 그래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 까 싶어서….”

그가 내민 흰 봉투에는 현금 50만원이 들어있었습니다. 누구에게는 적다면 적고 또 다른 누구에게는 크다면 큰돈이겠지만,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돼 보이지 않는 이 청년에게는 분명히 ‘큰 돈’이었을 겁니다.

글쓴이는 그 때 정말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더 큰 돈을 기부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비슷한 나이 또래 청년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죠.

세상 모든 돈이 귀하겠지만 그래도 더 가치 있는 곳에 쓰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형편이 아주 어려우신 할머니와 할아버지 치료비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8월 10일, 또 청년이 찾아왔습니다. 그 날은 40만원을 흰 봉투에 고이 담아 왔죠. 그렇게 시작된 기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날은 40만원 또 어떤 날은 100만원을 넣어두고 간다고 합니다.

삭막한 요즘, “이렇게 좋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글쓴이는 글을 마무리 했습니다.

‘나눔’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많이, 얼마나 큰 것을 주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랑이 담겨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큰 액수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물론 꼭 ‘돈’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따뜻한 말, 진심 어린 관심 그 자체로 ‘나눔’입니다.

당신이 나눌 수 있는 ‘그 무언가’는 어떤 모습인가요?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얼마나 따뜻하게 만들어 줄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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