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할아버지가 미용실로 치킨을 보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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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할아버지가 미용실로 치킨을 보낸 이유

입력 2018-01-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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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여기 양초 한 자루가 있습니다. 그 양초로 수많은 양초에 빛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래도 처음 불을 붙였던 양초의 빛은 어두워지지 않았습니다. ‘베푸는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선(善)함’을 나누어준다고 사라지거나 작아지지 않죠. 오히려 고마움과 만나게 될 테니 그 따뜻함은 배가 되어 언젠가는 자신에게 돌아올 겁니다. 이것이 인간관계 기본적인 룰입니다.

지난달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치킨 사주시던 할아버지’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은 게시 당시부터 지금까지 훈훈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내가 최근에 들은 이야기 중 가장 따뜻한 이야기”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자신을 ‘미용실에서 일하는 20대 중반 미용실 종업원’으로 설명했습니다. 어느 날 90이 넘어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께서 전동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미용실에 방문하셨고, 그 때부터 할아버지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글쓴이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할아버지께서 미용실에 처음 오신 날, 머리 손질이 끝난 후 “힘이 들어 그러는데 조금만 쉬어가도 되느냐”고 넌지시 물으셨습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TV를 켜드렸습니다. 간식도 내어드렸죠. 보통 커피를 드리지만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녹차를 찾아서 타드렸습니다. 할아버지는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셨죠.

그렇게 할아버지는 단골손님이 되셨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방문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혼자 살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아들과 함께 사시다 향수병에 걸려 고향으로 돌아오셨다고 했죠. 여기가 할아버지 고향이긴 했지만 세월이 너무도 많이 지났기 때문에 지인들은 모두 세상을 뜨셨다고 했습니다. 전 할아버지를 위해 반찬을 싸와 나눠드리기도 하고, 말동무도 되어드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용실로 치킨배달이 왔습니다. 어느 할아버지께서 가져다주라고 부탁하고 계산까지 하셨다고 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누가 보낸 것인지 단박에 알아챘죠.

그 후 만난 할아버지는 “뭐라고 먹이고 싶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치킨은 그 후로도 계속 배달되었습니다. 언젠가는 보답할 날이 오리라 믿고 감사히 먹었습니다.

그러다 한 동안 할아버지는 미용실을 찾지 않으셨습니다. 혹시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무렵 ‘짠’하고 나타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앞으로는 못 올 것 같다”며 “이 늙은이에게 잘해서줘 정말 고맙다”고 제 손을 잡으셨습니다. 결국 큰 따님 댁으로 들어가시기로 했답니다. 아쉬웠지만 할아버지에게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기 가서도 매일 산책 다니시고 음식도 잘 드셔야 해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하자 할아버지께서는 “내 손주 같아 예쁘다”며 제 손등을 토닥여주셨습니다. 그 후로 할아버지는 미용실을 다신 찾지 않으셨습니다.

아직도 그 치킨을 보면 할아버지가 떠오릅니다. 잘 지내시고 계시는지, 아픈 데는 없으신지, 날이 많이 추워졌는데 외출은 좀 덜하셔야 할 텐데…. 할아버지! 건강하게 지내고 계시죠? 할아버지께서 사주신 햄버거랑 치킨 정말로 맛있었어요. 이 말을 꼭 해드리고 싶었어요! 할아버지 오래오래 사시고, 끝까지 행복하시고 또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친절은 세상을 아름답게 합니다. 얽힌 것을 바로 잡아주는 가하면 곤란한 일은 수월하게,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꾸어 줄 때도 있습니다. 오히려 베푸는 이의 마음을 더 풍족하게 해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하나 둘 모여 ‘살만한 세상’이 될 겁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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