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졸다 깨니 무릎에 ‘100파운드’… 기차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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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졸다 깨니 무릎에 ‘100파운드’… 기차서 벌어진 일

입력 2018-01-30 16:31 수정 2018-01-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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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 요하네센 페이스북

어두운 고민을 하기에는 이른 나이, 올해로 23살이 된 엘라 요하네센의 걱정은 오로지 ‘돈’이었습니다. 졸업을 목전에 둔 영국 리즈 베켓 대학교 학생인데요.

지난 18개월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빠까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면서 안 그래도 힘든 집안형편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르바이트까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졸업을 하려면 학점 이수가 더 급했기 때문이죠. 대출을 받아 학비를 메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가진 돈을 탈탈 털어도 다음 학기 등록금이 모자랐습니다. 이미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모두 받은 상태였습니다. 암담했습니다. 돈이 없어 학교에 못 갈 위기에 놓인 처지가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모자란 액수는 단 돈 100파운드(약 15만원)였습니다.

내색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게 잘 안 됐습니다. 이러다 정말로 학교를 못 가게 될까봐 무서웠죠. 하소연할 곳이라고는 엄마뿐이었습니다. 학교가 있는 리즈로 가는 열차에 타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돈이 없어 힘들다고 떼를 썼습니다.

엄마는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저 딸의 투정을 들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아무 소득 없는 통화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러다 얼핏 잠이 들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날리는데 잠만 한 것도 없었죠. 그러다 인기척이 느껴져 눈을 떴는데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그의 무릎에 정체 모를 무언가를 올려두고 간 겁니다. 냅킨으로 싸인 물건을 조심스럽게 열었습니다. 곧바로 눈물이 왈칵 터졌습니다.

20파운드 지폐 다섯 장.

예상하지 못한 친절이었고, 뜻밖의 배려였습니다. 사실 그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굳이 베풀지 않아도 되는 호의였죠. 염치 없지만 받기로 했습니다. 급한 불을 끄려면 그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며칠 지난 후, 그제야 정신을 차린 요하네센은 은인을 찾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하기로 했습니다. 자신의 SNS에 그동안의 사연을 담았습니다. 기꺼이 돈을 내어준 은인을 “끔찍했던 내 삶에 환상적인 경험을 심어준 사람”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는 이제 받은 만큼 베푸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기쁨은 타인의 행복을 바라보는 데서 온다고 했습니다. 정말 간절했던 시기에 필요한 만큼 도움을 받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너무도 잘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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